[월드투데이] 체첸 진압작전은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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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체첸군이 벌인 모스크바 인질사태가 러시아 특수부대에 의해 진압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진압작전이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압작전은 분명한 실패작이다.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태가 끝난 지난 26일 당시 사상자는 거의 없어 보였다.
인질 중 10여명이 사망하는데 그쳤다는 '다행스러운' 보도도 나왔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질극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최소 1백16명으로 추산됐으며,이들 중 대부분은 러시아 특수부대가 사용한 독가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다.
1백50여명의 인질들은 모스크바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이 가운데 40여명은 중태다.
시민들은 특히 러시아 정부가 가족들의 병원방문을 봉쇄하고 있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수부대가 어떤 신경가스를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이해하지 못할 대목이다.
의사들도 가스의 정체를 모른 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사용한 가스는 인간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가스로 알려졌다.
사람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물질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화학무기금지협정(CWC)을 위반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TV연설을 통해 용서를 구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테러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다짐도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이 나서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이처럼 체첸사태가 벼랑 끝으로 치닫자 러시아 시민들의 걱정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질극을 주도한 50여명의 체첸군은 대부분 죽었지만 또 다른 공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체첸 사태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하나의 성전(聖戰)이 돼 버린 느낌이다.
그는 체첸군과의 전쟁을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협상에 임하라는 국내외 목소리도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은 체첸 지역내에서의 군사작전이 끝났음을 선언하고,이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국가안보위원회(KGB) 후신인 국가보안국(FSS)에 넘겼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매달 1백여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체첸군이 러시아 헬리콥터를 격추,1백18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사망했다.
체첸 게릴라들은 밤낮으로 러시아 군대를 괴롭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고 믿는 것 같다.
아마도 인질 중 15∼20%만이 죽은 것을 두고 성공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체첸 사태에 대한 협상의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이 지역을 장악한 20여개 부족들은 강경 노선으로 태도를 바꿨고,비교적 온건파인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은 권력 장악에 실패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체첸을 둘러싼 교전 상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체첸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 그렇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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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에 실린 'Triumph or failure'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