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망] 추가 하락과 조정 간극, '달러/엔 초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외 외환시장이 불안감을 품고 있다. 섣불리 향후 장세를 전망하기 힘든 '시계(視界) 제로(0)'의 상태.
대외적으로는 달러/엔 환율에, 대내적으로는 매매호가가 얇은 상황에서 소규모 물량으로 쉽게 흔들릴 여지가 많다.
시장 심리도 방향을 확신할 수 없어 자신감이 결여돼있다. 한쪽으로 급하게 몰릴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장세가 연출되기 십상인 반면 변동성 확대이후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10월 마지막 주 환율(10.28∼11.1)은 저점 확인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등 여지도 제한된 박스권이 가장 유력한 전망이다.
추가 하락과 조정의 기로인 셈이지만 시장 제반여건이나 변수는 하락 쪽으로 좀 더 기울어 있다. 시장 마인드도 이미 달러매도(숏)로 기울어 있다.
최근 시장 흐름을 읽기가 어렵다. 포지션 파악도 쉽지 않다. 시장의 초점은 달러/엔 환율에 맞춰져 있으나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본격적인 월말로 접어들면서 네고우위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현대상선 관련 외국인직접투자(FDI)자금도 잠재적 공급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추세 판단은 아직 '시간'을 좀 더 필요로 한다. 1,220원 지지 여부가 방향성 파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 1,220∼1,240원 박스권내 혼조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7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20.82원, 고점은 1,240.8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23.00원과 고점인 1,251.50원에서 하향한 수준.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2명이 '1,220∼1,222원'을 저점으로 지목, 새로운 저점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3명이 '1,223∼1,225원', 1명이 '1,228원' 하락의 한계로 전망, 저점경신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21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쪽으로는 12명의 딜러가 '1,240∼1,241원', 이어 3명이 1,238원을 고점으로 지목, 1,240원 상승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나머지 각각 1명씩 '1,245원'과 '1,255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걷잡을 수 없는 내림세 = 지난주 환율은 예상외로 급하게 하락했다. 직전주에 이어 2주동안 급락 기운이 완연했다. 특히 일중 등락폭이 5거래일 가운데 나흘이 10원 이상이었다.
환율은 주초부터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에 기댄 매도세가 득세, 앞선 주의 하락 흐름이 연장됐다. 물량 부담을 안고 있던 시장은 주중반 달러/엔 환율의 급락을 반영한데다 네고물량과 손절매도까지 가세, 1,230원대로 내려섰다.
목요일에는 달러/엔 환율의 하락에 맞물려 4주 최저수준인 1,223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 과매도 상태였음을 인지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환율은 금요일까지 널뛰기장세를 연출한 끝에 1,231.90원에 한 주를 마무리했다. 직전주 종가(1,247.00원)보다 15.10원이 하락한 것.
◆ 달러/엔, 일본 경제대책 발표 촉각 = 지난주 한동안 외면받던 달러/엔이 달러/원의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우세했던 달러/엔이 의외로 하락하면서 달러/원도 영향권내 편입됐던 것.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음에도 부실채권 처리대책 등을 포함한 경제개혁안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됐다.
그러나 일본 금융청의 금융권 부실채권처리 대책을 놓고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정치적 부담을 시사,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몇 차례 연기된 대책 발표는 일단 10월말로 예정돼 있다.
문제는 이를 놓고 시장의 인식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강력한 부실채권처리안이 나올 경우 기업도산 등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엔화 약세요인이 되는 반면 일본 경제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강세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은 일단 지지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123.80엔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자민당의 다케나카 일본 금융상 신임투표 결과가 부실채권처리안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대책의 강도가 강하면 기업도산 등의 충격이, 약하면 경제개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래저래 엔 약세 가닥이 잡힐 것이나 123.80엔의 지지여부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달러/엔의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기업 실적과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일부 투자은행(IB)의 달러매도 공세로 달러/엔의 하락에 기댄 움직임도 있다.
한편 이같은 달러/엔 움직임과 아울러 엔/원 환율의 동향도 중요하다. 현재 100엔당 990원대는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달러/원의 하락 분위기를 제어할 수 있는 요인. 엔/원 990원대는 달러/원 매수 마인드 강화로 달러 매수 전환 가능성도 크다.
◆ 공급 요인 잠재 = 수급상으로 봤을 때는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앞선다. 월말을 앞둔 전형적인 업체 네고물량에 대한 예상과 현대상선 관련 FDI자금 유입 가능성이 있다.
현대상선을 둘러싼 영향력 발휘의 강도여부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자금이 시장에 일정부분 원화로 환전돼야 함을 감안하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13억달러에서 얼마나 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서다.
일부 선매도된 부분을 제외하고 이달말부터 시장에 매물 압박을 가할 여지는 있다. 아직 수면아래 잠복된 요인인 것.
수급상 크게 기울어진 바는 없었으나 앞서 1,260원대 환율 상승을 유도했던 역외매수세가 뜸해졌다. 시장 물량이 채워지고 있어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은 주식 '사자'와 '팔자'를 반복, 변수로서 영향력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매매동향을 읽을 수밖에 없다.
업체는 지난주 1,220원대에서 결제수요를 유입,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월말 네고요인과 상충될 수 있는 요인이며 시장이 이에 따라 '1,220원대 매수-1,230원대 매도'의 거래 패턴을 가지게 되면 혼조세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매매호가가 얇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순간적인 수급 상황의 변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