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규모 은행의 전직 딜러가 재직 당시 근 7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은폐했음을 시인함으로써 미 금융계에 충격을 가했다. 미 검찰은 올퍼스트 뱅크의 외환딜러로 근무했던 존 러스낵(37)이 24일 은행 재직시 6억9천100만달러의 투자 손실을 은폐했음을 재판전 협의에서 시인했다고 밝혔다. 러스낵은 지난 6월 거래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러스낵이 7년 6개월 복역하는 한편 올퍼스트 뱅크에 대한 당국 조사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거래 조작에 은행의 다른 전.현직 인사는 직접 관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직원의 거래 조작으로 10억달러의 손실이 난 것이 결국 화근이 돼지난 95년 파산한 베어링스 뱅크 스캔들 이후 금융 사고로 가장 큰 규모다. 또 미대기업과 금융사들의 회계조작 사건이 잇따라 터진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러스낵은 지난 5년간 주로 엔화 투자에 실패해 손해가 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거래를 잇따라 조작해 흑자가 난 것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그가 은행 컴퓨터 시스템을 속여 거래를 조작한 결과 은행은 외형상 지난 97년부터 작년까지 흑자가 난 것으로 돼있다. 은행측은 심지어 러스낵의 `실적'을 치하하기 위해 65만달러의 보너스까지 약속해 지난해 이 가운데 43만3천달러를 지급하기까지 했다. 러스낵은 보너스를 받은 후사안이 들통나 체포됐다. 검찰은 러스낵이 투자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거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러스낵이 은행의 손해를 배상해야할지 여부에 대한 판결은 내년 1월 법정에서 가려진다. 올퍼스트 뱅크는 모기업인 얼라이드 아이리시 뱅크(AIB)에 의해 지난달 31억달러에 뉴욕 소재 M&T 뱅크에 매각될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AIB측은 이번 스캔들이 매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베어링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로 3년 6개월 실형을 살고 지난 98년 출소한 닉 리슨은 앞서 올퍼스트 뱅크의 투자 손실이 그렇게 오랫동안 은폐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볼티모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