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간 3년여에 걸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 최초의 FTA가 체결돼 FTA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김대중 정권 출범의 공약으로 제시된 FTA 체결이 정권 말기에 빛을 보게 됐다. 구체적인 협정 발효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정부는 전윤철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갖고 금융회사 투자 문제 등 남은 쟁점을 모두 해결, 한·칠레 FTA 협상이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를 협정에서 제외하되 4년 후 재논의키로 양국 재무당국이 합의했다"며 "칠레의 외국인투자제도인 DL600을 협정에서 예외로 인정해도 우리 투자자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 칠레측 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12월 개시된 한·칠레 FTA협상은 △ 농산물, 공산품을 포함한 상품양허안과 시장 접근 △ 원산지규정 △ 투자/서비스 △ 무역규범 △ 지적재산권 △ 통관절차 △ 위생검역조치(SPS) △ 기술장벽(TBT) △ 경쟁정책 △ 분쟁해결 등 협정문의 모든 분야에 합의를 봤다. 정부는 "이번 FTA 체결로 급속한 지역주의 확산추세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며 "특히 칠레와의 관계를 넘어 중남미지역 진출의 정치·경제적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 향후 절차 = 양국은 합의된 협정문과 양허안을 CD에 담아 상호 교환하는 형식으로 협상의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가서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 또 가서명 이후 2주 이내 일부 부속서 내용을 확정해 협정에 통합시키는 동시에 각 조문의 세부 조정작업도 진행, 최종확정본을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서명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부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어 양국간 비준서를 교환한 뒤 30일 경과후 발효된다"며 "구체적인 협정 발효일자는 양국 국회의 비준일정 등에 따라 유동적이나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대효과 =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우선 공산품의 경우, 승용차, 화물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등 대칠레 수출의 66%를 차지하는 품목에 대해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또 석유화학제품, 자동차부속품 등은 5년내 관세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칠레가 EU, 캐나다, 멕시코 및 중남미국가와 FTA를 체결했음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이 칠레에서 겪는 불이익이 해소되고 일본 등 미체결국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향상,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협상과정에서 핵심쟁점이었던 한국의 농산물 양허와 관련, 칠레가 경쟁력 우위인 사과, 배, 쌀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포도의 경우 계절관세가 적용된다. 고추, 마늘, 양파, 낙농제품 등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민감 품목의 경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종료 후 양허문제를 논의키고 결정, 정부는 농가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여전히 농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심한 데다 정치권에서도 차기 정권으로 넘길 것을 요구한 바 있어 다소간의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수산물 양허협상에서는 칠레측이 전 품목을 발효 즉시 무세화한데 반해 한국측은 국내 어업에 민감한 품목의 무세화 목표연도를 최대 10년까지 미뤄 어업 및 관련업계의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농어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대책을 강구하겠다"며 "협정상 규정된 세이프가드 규정을 활용해 급격한 수입 증가 등에 적극 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KOTRA, 한국은행 등은 이번 FTA체결로 양국간 교역 증대는 물론 대칠레 무역수지 개선, 투자 활성화 등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