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06
수정2006.04.02 23:09
이명성 SK텔레콤 네트워크연구원 원장(47)의 사무실에는 소파가 없다.
대신 간단한 회의용 탁자만 놓여 있다.
한쪽 벽에 세워둔 화이트보드는 그래프와 복잡한 공식들로 빈 틈이 없다.
엔지니어 출신 사무실다운 분위기다.
이 원장은 SK텔레콤의 연구개발(R&D)을 지휘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다.
그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다음 미국 미시간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사의 벨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통신분야는 전자와 컴퓨터의 결합입니다.학부에서는 전자공학을,대학원에서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것이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 1986년부터 벨연구소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했다.
당시 벨연구소의 2만여명에 이르는 연구원중 한국인이 상당수 있었지만 개발분야에 몸담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R&D는 크게 리서치와 개발분야로 나뉩니다.연구소측은 한국인 등 외국 출신 연구원에게는 주로 리서치분야를 맡겼습니다.팀원간 협동작업이 많은 개발분야의 경우 자국인이 선호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개발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신기술을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수직적인 상하관계보다는 팀간 수평적인 관계에서 협력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벨연구소에서 6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다음 92년에 귀국,한국통신 책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진국에서 배운 기술을 한국을 위해 쓰겠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통신에서 3년반동안 몸담은 후 96년 세종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변신했다가 99년 여름 다시 기업으로 되돌아왔다.
SK텔레콤에서 중앙연구원장과 정보기술원장을 겸직하다 올해 중앙연구원을 개편한 네트워크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았다.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네트워크와 연결된 첨단 전자장치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엔지니어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연구활동에 매진해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글=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