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판 난산에 빠진 데는 한국 정부의 졸속 타결 추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0일 밤 주요 언론사에 '협상장소인 제네바 시간으로 오후 8시(한국 시간 21일 새벽 3시)에 양국 대표단이 협정에 가서명한 뒤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그 시각 양국 협상단은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이라는 암초에 걸려 협상 좌초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판이었다. 양국 대표단은 결국 협상 시한인 20일 자정을 넘겨 21일 오후까지 마라톤 협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껍데기뿐인 FTA'라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이번 정부에서 양국간 FTA 협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한국측의 조바심이 '예측할 수 없는 협상 결과'를 미리 예단하는 바람에 칠레측에 여유를 준 셈이다. 칠레측은 이에 대해 미국과의 FTA 협상을 위해 21일중 회의를 종결해야 한다며 한국 대표단을 압박했다. 한국측은 정부 부처간 및 이해당사자간 컨센서스 도출 실패라는 문제점을 또다시 노출하며 칠레측에 끌려가는 협상을 벌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리한 협상 추진이 결국 정부 스스로 덫에 걸리게 한 꼴"이라며 "반쪽짜리 FTA라도 성사시키기 위해선 우선 우리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