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단말기 및 반도체 전문 메이커인 미국 모토로라가 전세계 정보통신업계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 작업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해왔던 모토로라가 3대 주력사업 중 무선네트워킹 부문과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고 무선단말기 분야에 주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 개선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정보통신업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 3분기 중 흑자를 낸 것도 이같은 구조조정의 결과라는 게 월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혹독한 구조조정=지난해 회사 창립 이후 첫 손실을 본 모토로라는 대대적인 감원 작업에 돌입,전체 종업원의 40%에 해당하는 4만5천여명을 퇴사시켰다. 이로써 직원수는 통신과 닷컴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0년 초 15만명에서 9만3천명으로 격감했다. 사업부문 폐쇄와 매각도 병행했다. 지난해 8월 미 애리조나주의 메사 반도체 웨이퍼생산라인 등 2개를 폐쇄한 데 이어 내년까지 일본 센다이와 미국 텍사스주 오거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 3개를 추가로 폐쇄할 방침이다. 또 미 국방부에 정보보안시스템 기술을 공급하는 통합정보시스템부문을 방위산업체인 제너럴다이내믹스에 8억2천5백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모토로라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독일 지멘스의 휴대폰 부문을 인수하는 대신 무선네트워킹부문을 매각하는 빅딜을 추진 중이다. 이 작업이 성사되면 삼성전자(세계 시장점유율 9.5%)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점유율 24.1%)의 휴대폰업체 자리를 굳히게 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반도체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것도 검토 중에 있다. 크리스 갤빈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의 구조조정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에 있다"며 "경쟁력이 없는 사업부문은 언제라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흑자지속 여부는 불투명=모토로라는 15일 3분기 중 1억1천1백만달러(주당 5센트)의 순익을 기록,2000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매출은 63억7천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4% 감소,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67억달러)를 밑돌았다. 모토로라는 각종 경비절감을 통해 순익을 냈지만 휴대폰과 무선네트워킹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감원과 사업매각 덕분에 3분기 중 순익을 냈지만 4분기에도 흑자행진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매케인 애널리스트도 "모토로라가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지만 전문가들조차 향후 실적 추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