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볼트"라는 품목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한국볼트는 교량 철구조물 중장비 등에 사용되는 대형 볼트와 너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1963년에 설립돼 이제는 국내 볼트와 너트산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세계시장에서도 볼트,너트 분야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다. 하지만 송관섭 대표는 앞으로 한국볼트가 더 이상 볼트 전문업체로 불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품목을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한국볼트의 주력제품은 베어링 레이스나 링 등 단조품이 될 것입니다.볼트,너트 등과 공정은 비슷하지만 더욱 정교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지요" 단조품은 볼트나 너트보다 정밀한 금속 부품으로 열이나 냉기를 이용해 성형,사출된다. 주로 자동차나 항공기,방산 설비 등의 부품으로 쓰인다. 한국볼트가 단조품 분야에 처음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들어 단조품 분야로 제품군을 확장했죠.하지만 매출이 전체매출 중 1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단조품에 대한 투자를 전례없이 강화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스탠더드 볼트와 너트 등에서 중국 등 신흥 수출국들의 추격이 심한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도 떨어졌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정밀제품인 단조품으로 옮겨가게 됐다. 기존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출도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올해는 이들 단조품의 생산을 15~20%까지 높일 계획이다.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2~3년 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단조품 분야에서 일궈낸다는 각오다. 최근 이를 위해 설비를 확충하고 연구.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말 단조설비를 스위스로부터 들여오고 스테인레스 제품의 제조공정을 구축했다. 올해 초에는 한국품질인증센터(KFQ)로부터 QS9000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단조품외에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에 정보기술(IT)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죠.하지만 신규사업분야 진출을 꾸준하게 타진하고 있습니다.관련업체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는 물론 IT분야에 대한 재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올해가 취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라고 얘기한다. 지난 외환위기 때에도 탄탄한 내실을 바탕으로 3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송대표는 수출 실적이 지난해의 8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각해지는 인력난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5백50억원 선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등 신규분야의 단조품 수출을 꾸준하게 늘려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 대표는 "내수분야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7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표는 볼트.너트업체 28개사가 공동 출자해 지난해 설립한 볼트.너트 분야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업체인 파스너코리아의 대표도 맡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