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도가 바뀐다] 증권 : '합병->대형사->투자은행化'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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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향후 예상되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설 전망이다.
40개가 넘는 증권사의 수적 증가는 업계의 난립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른 경쟁 심화와 비용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권업계 상황을 '태풍 전야'로 표현한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든지 아니면 전문화을 통해 틈새형 증권사로 거듭나는 등 생존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뜻이다.
위험수위에 도달한 수익구조 =증권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증권사의 수익성 저하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증권사 영업수지율은 거래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연속 하락, 지난 95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는 전산투자 마케팅비용 등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수료율은 경쟁 격화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매매시 투자자에게 받는 위탁수수료율은 지난 98년 1분기 거래대금의 0.49%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0.20%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의 양적 팽창이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증권사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올 3월말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증권사는 44개에 달한다.
지난 97년말 36개보다 8개사나 늘었다.
증권사 지점과 임직원 수도 1천6백73개와 3만5천5백46명으로 97년 말에 비해 33%와 42% 증가했다.
이 기간 은행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리츠증권 윤두영 이사는 "증시의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인하 경쟁이나 주식매매 중개 위주의 사업구조는 개선되지 않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총수입에서 중개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현재 53%로 99년 말의 57.7%보다 낮아졌지만 97년 말 42.9%에 비해선 여전히 높다.
반면 인수업무 수수료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의 투자은행 업무 토대가 되는 직접금융 영업은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화.전문화가 살 길 =증권연구원이 최근 주최한 '한국 증권산업의 도약을 위한 사업모델'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매킨지컨설팅의 마크 샤피로 이사는 "세계 증권시장의 승자는 두가지 모델로 모아진다"고 밝혔다.
하나는 몸집을 키워 선두업체가 되거나 아니면 특정지역이나 업무 등 틈새시장에서 전문화하는 길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3~5개 대형사와 특화된 10~15개 증권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진단 및 전망은 금융 당국이 추진중인 증권업계 구조개편 구도와 다르지 않다.
당국의 의도는 '증권사 합병을 통한 대형사 출범->투자은행(IB)으로의 발전'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공기업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등 대형 IB 업무는 90% 이상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대형 선도 증권사를 키워 국내 기업들이 이들 증권사를 통해 해외 DR나 해외증시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게 당국의 복안이다.
증권사간 또는 은행과 증권사간의 M&A(기업인수합병)가 향후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대우증권과 현대그룹 금융 3사 (현대증권 현투증권 현대투신운용)의 매각.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쪽에 공개적으로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주택은행과의 전산통합 작업을 마침에 따라 종합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증권사 인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도 시장점유율이 5% 이상인 중견 증권사를 인수, 자회사인 하나증권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틈새시장에 특화된 증권사의 출현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 분야에서 국내 선두 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메리츠증권 등이 유력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