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를 그만두니까 국회에 불려다니지 않고 기자들을 안 만나도 돼 좋다.하지만 (오래 안보니)기자들이 가끔 보고싶기도 하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교수로서 기자(수강생)들 앞에 섰다. 지난 27일 저녁 서강대의 경제·법조·언론계 인사 대상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OLP)' 개강식에서 '한국경제의 성장과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을 가진 그는 첫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달초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로 부임,"연구실·명함·비서(조교)를 얻어 좋다"는 그는 아직 '교수'보다 '부총리'라는 호칭에 더 익숙한 표정이었다. 오랜 정책경험에 우러난 특유의 입심과 논리로 좌중을 압도하는 솜씨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진 교수는 이날 '세계가 숨막히는 경쟁 중인데 우리는 뭐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로 강의를 풀어갔다. 그는 "자본·기술·인력을 세계 어디서든 끌어쓸 수 있는 시대인데 한국은 한가한 논쟁만 거듭한다"며 최근 경제특구 위헌논란 등에 일침을 놓았다. 진 교수는 "외국기업에 수도권 집중이 문제이니 지방으로 가라고 하면 그들은 중국 상하이나 선전으로 갈 것"이라며 시야를 넓히라고 당부했다. 또 "캐나다 토론토에만 한국 유학생이 1만5천명에 달할 만큼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무제한 풀어놓고도 외국 유학생이 국내로 들어오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제약(3년 이상 체류 등)이 많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19세기말과 20세기말 스스로 개혁하지 못해 일제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았듯이 지금도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다 마는 것은 없는지'를 따져보라는 얘기다. 진 교수는 "말로만 세계화 전문화를 외치고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만 일류가 되라고 하지 말고 언론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라"며 기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른바 우리 사회의 '잘난 사람들'에 대해 △한반도·한민족 시대를 열자 △서로 칭찬하자 △치어리더가 되자 △사람을 키우자 △기본기에 충실하자 등 5가지 제언도 내놓았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진 교수의 강의는 수강신청 이틀만에 50명 정원이 다 찰 만큼 단연 인기다. 내년 1학기까지 강의하며 나중에 강의내용을 책으로도 엮을 계획이다. 특강뒤 수강생(기자)들이 '2교시 강의'(맥주미팅)를 요청하자 진 교수는 웃으며 사절했다. 한 참석자는 "부총리 재임 중 현대상선 4억달러 지원 논란을 의식해 일부러 기자들을 피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