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헨리 키신저 등 전 미국국무장관들은 2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對) 이라크 군사 공격을 피하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남김없이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두 전직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증언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유엔 결의안 이행을 위해 부시 대통령이 행동에 나설 정당한 근거가 있지만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얻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에서 국무장관직을 맡았던 키신저는 "현재 진행중인 외교적 노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는 군사행동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은 후세인 대통령이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은 "가능한" 것이며 전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직을 수행한 올브라이트는 이보다 훨씬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대이라크 전쟁이 대테러전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전장관은 "알 카에다와의 전쟁이 계속해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 과제가 돼야 한다"며 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이 이라크보다 "더욱 급박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알 카에다와 이라크와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것은 "대중의 지지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후세인을 제거한다고 위협이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극단적 반미주의자들을 자극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영향력 있는 뉴욕 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지(WP)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대이라크 군사공격에 대한 의회의 토론을 정치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WP는 이날 의회에서 민주.공화당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고 간 데 이어 부시대통령을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NYT는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이 전쟁과 관련해 누가 정치적 주도권을 쥐느냐로 "원자로 노심(爐沈) 용융"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에 대해 국가 안보보다는 당파적 사안에 관심이 많다고 비난한 가운데 부시에게 이라크 공격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를 둘러싼 의회의 토론은 더욱 신랄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WP는 사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오는 11월5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라크전 관련 토론을 "냉소적이고 무책임하게" 조종하고 있어 국내외에서 그의신뢰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NYT는 부시의 민주당 비난은 "문제를제기하는 사람의 애국심에 오명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며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는 오는 28일 대규모 반전 시위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집권노동당의 일부 인사들이 시위 참가를 촉구하며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블레어 총리가 지난 24일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비축상황에 관한 문서를 발표한뒤에도 노동당 일각에서는 이 문서가 "큰 결함"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라크적 언행과 집요한 유엔제재 철회 요구로 "바그다드 선거구 출신 의원"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조지 갤러웨이 의원은 "부시가 미군들을 이라크에 들여보내면 아리엘 샤론만 기뻐할 것이며 결국 양키 군대는 시체자루에 담겨져 돌아올 것"이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전쟁 저지 연맹과 영국 무슬림협회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런던 반전시위에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과 전 무기사찰단원스코트 리터, 노조 지도자 등이 연사로 참가한다. 그러나 가디언과 ICM이 지난 16일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의견은 3주전의 50%보다 줄어든 40%로 나타났고 지지는 33%에서 36%로 늘어났으며`모르겠다'는 입장이 17%에서 24%로 늘어났다. ITV가 실시한 모리 여론조사에서는 영국인의 70%가 영국의 대이라크전 참전에 반대했지만 유엔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71%로 나타났다. (워싱턴.런던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