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 이라크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강력한 협력자인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개발에 대한 증거를 담았다는 문서 공개를 앞두고 내각 내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는등 영국 내각이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레어 내각에서 국제개발장관을 맡고 있는 클레어 쇼트(여)는 22일(현지시간)한 TV프로그램에 출연, "우리는 또다른 걸프전쟁을 맞을 수없다"면서 "다시 이라크국민들이 고통받게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이미 너무도 고통받았다. 그렇게 하는 것을 잘못된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제 유엔 결의안을 실천하는 길을 찾아야한다"며 전쟁대신 유엔 결의안 실천을 통한 사태해결을 주장했다. 로빈 쿡 노동당 하원 지도자도 지난 21일 보도된 한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은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를 얻어야만한다며 신중론에 동참했다. 잭 스트로 현 외무장관 직전 외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가능한한 가장 광범위한 연합을 만들어 사담 후세인이 국제 여론에 고립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전.현직 각료의 신중론은 그렇지 않아도 소속당인 노동당 내부에서 블레어총리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개돼 블레어총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 의원 100여명은 오는 24일 비상소집될 예정인 의회에서 이라크 문제 토론을 위한 의사진행 동의안 표결시 반대표를 던지는 '대반란'으로 블레어 총리등 당 지도부에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특히 노동당은 지금까지 이라크 침공 반대 동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이 160여명에이르고 있어 이날 반란의 규모가 확대될 경우 의회 개회와 함께 발표될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한 문건과 이를 근거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할 블레어총리의 모두발언이 빛을 잃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의회에서 공개될 이라크 문건에 대해 총리실 대변인은 "(이라크) 위협에대한 평가를 담은 50페이지 분량이며, 가장 확실한 증거에 바탕한 과장되지 않고 심각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문건은 후세인 대통령이 지난 1998년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를 떠난 이후 핵과 탄도탄 미사일과 같은 대량파괴무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주간 옵서버가 22일 보도했다. 특히 이라크가 관련 기술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획득을 위한 이라크 노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러시아와루마니아, 구 유고 공화국들, 콩고, 케냐, 요르단, 시리아, 말레이시아도 이라크가노리는 국가들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블레어 총리는 그동안 이라크 문제에 있어 강경론으로 치달은 미국의 조지 W.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국제무대에서 고립돼왔으나 이번 문건 공개로 의회내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킬 것을 기대해왔다. 또 부시 대통령마저 의회내 반대에 직면해있다. 일각에서는 유엔에 기대지 말고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의원들은 이라크 공격을 위한 병력사용을 승인해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파 의원들은 "대통령의 요구는 너무 광범위하고, 대통령 권한에 한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은 22일 유엔에 대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데 "플랫폼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은 평화적 방법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책임지는 국제기구로서 역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라크는 이라크 무장해제에 대한 조건이 추가된 새로운 유엔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라크 국영 라디오 방송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또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들은 이슬람 성지인 나자프에서 이날 이슬람 교도들에 대해 미국의 공격이 감행될 경우 이에 맞서 싸우라는 강령을 발표했다. 이맘 알리 후세인 알-시스타니 지도자가 내린 강령(파타)는 "요즘 어려운 상황에서 무슬림들의 임무는 그들의 현 위지에서 단결하고 적들로부터 이라크를 지키고 이라크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일"이라고 천명했다. 나자프 이맘 모하메드 사이드 알-하킴 지도자가 내린 또다른 강령은 "미국에대한 협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런던.바그다드 AF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