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국제환율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1천3백억달러로 사상 최악의 상태에 이르는 등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급등하는 '기(奇)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의 헤지수단으로 달러화에 가수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 달러가치 왜 오르나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주요요인이다.


중동위기가 유가를 부추기면서 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관계없이 달러수요가 급증해서다.


실제로 지난 주말 세계 대형 정유사들은 달러를 대량 매입했다.


고유가시대에 대비한 실탄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영향으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3개월래 최고치로 뛰었고 유로와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의 이같은 움직임은 12년전 걸프전 당시와 흡사하다.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엔.달러 환율은 1백47엔대에서 1백30엔까지 급락했지만 다국적군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는 1백35엔까지 급반등한 적이 있다.


UBS워버그의 바누 바웨자 외환전략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몰고올 유가 급등 가능성이 달러 가치에 프리미엄을 얹어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외환정책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13일 "엔화를 대량 매도하면 일본의 물가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고 수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달러 강세에 불을 지폈다.



◆ 전망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가시화 될때까지는 유가강세와 함께 달러가치도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수출확대를 위해 엔저(低)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달러화 상승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베스터스뱅크앤트러스트의 팀 마자넥 외환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백25엔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사라신의 잰 포저 외환리서치 팀장도 "일본 정부가 달러당 1백25∼1백30엔 범위의 환율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에 머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일단 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 달러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러 약세를 어느정도 용인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이와 관련,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회복후 재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의 강세는 단기적이며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