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조원의 자산을 책임지고 있는 대그룹 총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전문경영인의 그것을 초월한다. 매일 중요한 결정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고 판단의 책임은 항상 홀로 떠안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피말리는 결단의 순간도 많았고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도 했다.그룹의 현실에 대한 위기감에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많았다"며 신경영 추진때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때문에 총수들은 중압감을 해소하고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해두고 있다. 미친듯이 뛰고 땀을 흘려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에서부터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일에 더욱 몰두하는 "워커홀릭"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이건희 회장은 집에서 비디오 보는 일을 즐긴다. 중국무술영화를 뺀 다양한 장르의 영화비디오로 머리를 식힌다. 최근에는 뜸하지만 종종 딸들과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도 이 회장이 재충전하는 중요한 수단.시사물을 중심으로 국내와 해외의 각종 다큐멘터리들을 비디오로 구해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이 회장의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은 올해 두 살 난 손자와 노는 일. 첫 손자인 지호가 한창 재롱을 떨기 시작하는 나이여서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다고. 이 회장은 매일 아침과 저녁 집 주변 남산일대에서 산책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한다. 구본무 LG 회장은 평일에는 주로 실내에서 러닝머신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주말에는 곤지암CC에서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며 체력강화 및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해결한다. 늘 마음을 밝게 가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일이 취미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을 더한다는 것. 가끔 저녁자리를 마련해 임원들과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도 한다. 요즘은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건 때문에 해외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짬짬이 가까운 산을 찾거나 피터드러커가 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게 낙이다. 손길승 SK 회장은 아침시간을 이용해 1시간 정도 기(氣)수련을 한다. 고 최종현 회장때부터 최고 경영진은 물론 대부분 임직원들이 실시하는 독특한 심신관리법. 손 회장은 주말에는 골프를 치거나 역사관련 서적을 읽으며 일상사로부터 벗어난다. 역사 공부를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손 회장은 평소에도 "퇴직하면 역사연구에 몰두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최태원 SK(주) 회장은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경기 이천에 있는 가족농장으로 달려간다. 밤을 줍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을 가르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랜다. 주말이면 짬짬이 농구나 테니스를 즐기기도 한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요즘 정원가꾸기에 푹 빠져 있다. 일본 도쿄의 자택정원을 가꾸는 것은 물론 한국에 오면 시골로 내려가 나무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친구가 줄어 전에 즐기던 바둑과 골프는 뜸해졌다. 즐기던 파이프담배도 거의 끊었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따로 휴가를 가지 않는 등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기껏해야 경영관련 서적을 뒤적이는등 독서를 하는게 휴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틈만 나면 운동을 하는 스타일. 1시간 정도 런닝머신을 하는데 체력관리에는 달리기가 제일 좋다는게 지론이다. 골프도 꽤 즐기는 편이다. 요즘은 혼자서도 뉴코리아CC를 자주 찾는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답답하거나 일이 풀리지 않으면 골프장에 가서 36홀이고 뭐고 지칠때까지 실컷 공을 친다. 골프실력은 2~3오버파를 칠 정도로 수준급이다. 가끔 언더도 친다.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등산을 함께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법. 틈틈이 갤러리를 찾아 미술품을 감상하는 취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자전거 마라톤 수영 등 3가지 종목으로 1백50km를 주파하는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해 자신을 점검하는 이색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졌다. 골프는 땀을 흘리는 운동이 아니어서 싫어한다는 그는 매일 거의 빼놓지 않고 땀 흘리는 운동을 한다. 부친 정세영 명예회장이 한창 때 수상스키 마니아였던 것과 닮은 꼴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