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9일 팔레스타인 입법위원회 기조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공격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입법위원회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면 권력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며 팔레스타인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내년 1월 초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 국민은 국가와 단체, 개인 등이 자행하는 모든 형태의 테러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9.11 테러 이후의 사태 변화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테러로 호도하고 팔레스타인 영토 재점령을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군사작전이 평화 가능성을 앗아가고 내년 1월 대선과 총선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적 분위기에서 선거가 실시되도록 팔레스타인 도시의 포위를 풀고 탱크를 철수하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입법위원들에게 "당신들이 원하면 다른 사람을 내 자리에앉힐 수 있다. 당신들이 나에게 휴식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권력이양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이 진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인지 아니면 반대파를 무마하기 위한 것인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의회에 18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아라파트 수반은 최근 팔레스타인민중들의 인기를 잃고 있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 기반도 상실함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자치정부 본부에서 칩거해 왔다. 일부 팔레스타인 의원들은 내각에 총리직을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총리직이 신설되면 아라파트 수반은 명목상의 지도자로 전락할 것으로 보여 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의 이날 연설은 국내외 세력에 대해 상당한 유화 제스처를 담고있으나 이스라엘과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로부터 모두 비난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왜 일방적인 휴전이라도 선언하지 않고 가시적인 제스처도 취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렇게 했다면 우리도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구체적인 공격중단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했다. 또 라난 기신 총리 보좌관도 "아라파트 수반이 권좌에 있는 한 평화와 개혁은있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미국측도 "아라파트 수반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안보는불가능하다"며 아라파트 수반의 연설이 팔레스타인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라말라 AFP.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