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00선이 한달만에 무너졌다. 지난주말 미국시장의 급반등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침잠한 가운데 심리적 지지선 상실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깔리고 있다. 뒤숭숭한 국내외 주변 환경이 투자자의 심리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급악화를 유발하는 악순화 과정이 진행중이다. 국내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기초한 700선 부근에서의 저평가 인식은 유동성 부족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이틀째 9조원을 밑돌고 미국 뮤추얼펀드도 지난주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돈가뭄 = 증시약세’의 공식을 확인중이다. 최근 지수 하락모습이 거래 부진을 동반한 데다 코스닥시장 중소형주에 대한 실망 급매물로 나타나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시장이 수렁에 서서히 빠져드는 모습이라 조만간 힘있는 재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의 트리플위칭데이, 미국의 9.11테러 1주년, 미국 이라크 공격 위협 등 돌발 변수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에 대한 심리적 선반영 가능성도 고려할 만 하다. 따라서 투매보다는 관망속에 기술적 반등을 이용한 일정 부분의 물량조절이 무난하다는 지적이다. ◆ 수급 고갈, 프로그램 매매 ‘중립’ =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한 지수반등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역시 영향은 제한적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3,000억원 전후로 줄자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매매에 의한 프로그램 매수 유입 가능성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이 극도의 위축국면에 놓이다 보니 이러한 기대감이 실현되기는 어려운 모습. 우리금융 편입에 따른 트래킹에러 발생으로 롤오버보다는 청산쪽으로 치우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처럼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다 장중 매물에 묻혀 시장을 이끌만한 요인으로는 부상하기는 역부족이다. 또 프로그램 매수 유입이 또다른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걱정도 있다. 소량의 매물에도 충격이 심한 현 장세에서 프로그램 매물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는 것.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우리금융 편입에 따른 트래킹 에러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상당부분이 롤오버보다는 털릴 가능성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연구원은 "미국의 지난 주말 반등을 기술적 반등이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며 "시장이 수급과 심리면에서 이번주 수요일과 목요일까지는 부정적인 영향력 아래에서 지수 하락압력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700선은 저평가된 지수대이지만 펀더멘털을 반영할 만한 여유가 시장에 없다”며 “프로그램 매수유입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대내외 변수가 안좋아 당분간 악화된 수급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운용 이종우 전략실장은 “대기 매수세력이 별로 없는 가운데 시장이 지난주부터 꾸준히 조금씩 밀려 쉽게 돌아서기는 힘든 모습”이라며 “지수가 어느정도 하락한 뒤 자연 복원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