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 Innovation] '서번트 리더십'..부하를 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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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servant:하인) 리더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9년 신뢰경영 정착을 목표로 도입한 이래 입소문으로 성공사례가 전해지면서 금융권을 넘어 행정부처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부하나 후배,종업원 등 "아랫사람"을 모시고 섬겨야할 서비스의 대상으로 보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이다.
서번트리더는 자기 중심적이 아니라 타인 중심적이며 개방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아랫 사람들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며 뭐가 필요한지를 찾아 먼저 봉사하고 나중에 자신의 목표를 추진한다.
이런 점에서 아랫사람들을 다스리고 거느려야할 통제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 리더십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종업원 만족도를 높여 인적자원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서번트리더십을 도입한 것이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
이상현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사장은 당시 영업사원들의 발을 씻겨주며 직원을 섬기는 서번트리더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서번트리더십을 사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그룹은 전그룹 차원에서 도입한 신뢰경영을 정착시키는 핵심 운동으로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LG카드 이헌출 사장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한차례씩 과장급 이하 직원들과 조찬모임을 갖고 있다.
연말까지 1천여 직원들과 한번씩은 아침을 같이 먹게 된다.
이익사회인 직장에서 공동사회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금융권 가운데서는 하나은행이 지난 상반기 전국 3백여 지점장을 대상으로 개인 리더십평가를 실시한 뒤 김승유 행장 주도로 전관리자의 서번트 리더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 행장은 행원들끼리 서로 봉사하는 태도가 정착돼야 차원 높은 대고객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담철곤 동양제과 회장은 1주일 중 가장 일하기 싫은 날인 수요일에는 직원들이 요란한 복장으로 한껏 멋을 내고 출근하도록 지시했다.
"직원들이 회사에 오고 싶어 미치도록 만들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밖에 교육사업을 하는 (주)대교,채권추심업체인 미래신용정보 등도 서번트 리더십을 통한 신뢰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자치부가 서번트리더십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공직사회로도 번져갈 전망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나온지 30년이 갓 넘은 "새"이론이다.
기업 등 대규모 조직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5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
주창자는 미국의 로버트 그린리프로 그가 1970년에 발표한 37쪽짜리 에세이집 "리더로서의 서번트"가 시발점이다.
이 책은 이후 50여만부가 팔리면서 피터 드러커,스티븐 코비,피터 셍게,톰 피터스 등의 리더십 이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 차원에서 도입하게 된 것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지난 98년부터 "일하기 좋은 1백대 기업"을 선정 발표하면서 수상기업들의 30% 이상이 서번트 리더십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부터였다.
이관응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장은 "경청하고 자신을 낮추는 서번트리더는 회사를 서로 돕고 믿는 인간적인 일터로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