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만 잘 돼 있으면 언제든 기회는 온다고 생각합니다." 박삼구 금호 회장은 오는 2010년 5대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당장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그룹 역량이 갖춰지는 대로 신규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경우 가격협상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성공적으로 팔고 나면 그룹 계열사들의 신인도가 올라갈 것이고 그룹 부채비율도 2백% 미만으로 줄어든다"며 "항공 석유화학 레저 등 기존 사업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신소재 생명공학 물류 등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석유화학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나프타 부문은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합성고무 부문의 경우 (현대석유화학)인수업체가 결정되면 인수자나 채권단과 협의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가스?발전 민영화 참여계획은. "내부유보가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다. 내부 유보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앞으로도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공학 사업은 어떤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투자가 진행됐기 때문에 2∼3년내 좋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심공항터미널 지분 매각문제로 무역협회와 마찰이 있는데. "극단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없다. 상호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 -삼성식 '관리 경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영업력이 있어야 관리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완벽한 관리체제를 만들 방침이다." -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승계 관행은 계속되나. "앞으로도 역할 분담을 통한 형제들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돌아가신 형님(고 박정구 전 회장)의 지분은 장남에게 갈 것으로 안다. 하지만 당장 3세 경영이 시작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박삼구 회장은 누구=금호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로 지난 67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과 동시에 금호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91년부터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항공부문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세계 항공업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쌓아놓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온정주의와 적당주의를 배격하며 애매한 표현을 싫어해 매사에 계량화를 요구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부장급 이상 전 간부들을 대상으로 회계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사내 통신망을 통해 회사정책이나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표현토록 하지만 업무처리에 빈틈이 있을 때는 가차없이 혼도 낸다고 한다. 금연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지난 92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구간 전좌석을 금연화했으며 95년부터는 전노선 금연을 실시했다. 이 공로로 96년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