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미국의 한 공상가 칼 래믈(Carl Laemmle)은 양계장으로 쓰이던 헐리우드의 외진 땅 위에 영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여기에 도입했는데, 실제로 영화가 촬영되는 동안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갓 태어난 흥미진진한 문명의 탄생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로 한 것이었다. 입장료는 25센트. 하지만 칼 래믈의 이 장난기 어린 공상은 세계 최대의 영화 제작 스튜디오와 테마파크가 결합된 오늘날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우드의 시작이 되었다. 1백80만㎡(여의도 면적의 약 210배)의 광활하기까지 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우드. 디즈니랜드와 더불어 미국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테마파크로 손꼽히는, 영화 속 세상을 손에 잡히는 생생함으로 옮겨 놓아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곳이다. 한국이 헐리우드 영화의 주요 마켓이라는 미묘한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탓에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과 속속들이, 하지만 보다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만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우드 투어는 영화 속으로 깊숙이 잠입해 가는 스튜디오 투어와 실제 영화 촬영의 상황을 체험하는 것 등으로 나뉘는데, 특히 스튜디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테마파크 다운 짜릿한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동원하고 있는 2층 버스(트램) 투어이다. 한국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등 5개국어로 방송되는 안내와 가이드의 유창한 설명이 함께 하는 동안 뉴욕시와 서부, 정글 등을 실제와 다름없이 꾸며 놓은 실내외 영화세트 등을 다니며 등골이 오싹해 지는 죠스와 킹콩 등을 맞닥뜨리는가 하면, 규모 8.3의 강진 등을 직접 느껴 보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유명 블록버스터 영화들과의 만남이 주는 재미를 제쳐 두고는 이 곳을 말할 수 없다. 커다란 덩치에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에 등장했던 공룡들에 에워싸인 호수 속을 보트로 지나다 갑자기 호수 아래 폭포로 떨어지는가 하면, 에서 캐빈 코스트너가 해적들과 맞서 싸우던 해상 촬영장에서는 스턴트맨들이 직접 영화의 전투 신을 재현해 숨막히는 액션을 선사한다. 미이라에 쫓기던 주인공들처럼 스릴 넘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는 의 촬영 세트인 고대 이집트 동굴 탐험도 인기 있는 코스. 이 밖에, 의 마지막 장면처럼 특수 제작된 자전거를 타고 E.T.와 함께 하늘을 날아 보고, 타임 머신 차에 올라 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적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기에 관람객들이 영화의 주인공, 혹은 엑스트라가 되어 대형 화마와 맞서 싸우는 소방관으로 활약하거나(분노의 역류) 서부영화에서 종종 선보였던 스턴트를 보고 배우게 되는 것을 비롯해, 마릴린 먼로와 찰리 채플린 등 당대의 스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이 곳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만의 즐거운 체험은 더해진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것들이 가공의 사건들을 재현한 것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실상과 허상의 구분은 여기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실 속으로 뛰쳐나온 그 허구들이 현실을 잠시 망각하게 하는 즐거움으로만 통하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남기환(객원기자) 자료제공 및 문의=UMI (02-755-5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