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일자로 뻗은 3백여m의 길가 양쪽에 활어 가게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상인들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다. 비수기인 데다 적조까지 겹쳐 시장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 수족관마다 붙어 있는 '원산지:대한민국'이라고 쓰인 하얀색 아크릴 패널이 눈에 띈다. "다음달부터 활어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단속한다고 하니까 붙여 놓은 거예요. 우리도 새벽 경매때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구분 못하고 갖다 놓는데…. 단속원도 구분하기 힘들 걸요." 한 상인이 푸념섞인 말을 내뱉었다. 수산물 원산지표시제가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산물원산지표시령 개정에 따라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 7월 시범 실시됐다. 9월부터는 미표시 업체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산을 표시하지 않은 업자에겐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허위 표시때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연간 횟감으로 유통되는 활어 4만여t중 3만t이 수입산"이라며 "외국산 활어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표시제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분위기는 '글쎄요'이다. 15년째 노량진에서 장사해 왔다는 상인은 "농어 점성어 등을 빼곤 상인들도 외국산 여부를 모르는데 수족관만 나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원산지 표시제로 국산 횟감 수요가 늘어나면 저가 외국산이 국산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전국의 횟집과 도.소매 시장을 단속하기에는 공무원 숫자가 절대 부족하다. 해양부 관계자도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이 겉돌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에서 치어를 들여와 양식했을 경우 국내산으로 볼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상인들도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애매한 규정을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