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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쉼없이 올라온 터라 부담을 털기 위한 조정은 자연스런 모습이다.
국내 증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과매도에 따른 갭메우기 차원의 기술적 반등이라는 것과 추세반전 과정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시장이 낙폭과대 이외에는 뚜렷한 상승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채권수익률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지속되고 있어 경계를 풀기는 어렵다.
최근 수급과 재료면에서 상승의 배경이었던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 들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온 KT도 차익매물을 맞으며 시장 주도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매물화에 따른 수급 악화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 시장이 주요 경제지표의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내용이 안좋더라도 이미 반영된 측면이 강해 그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 강세로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 수출주 모멘텀 회복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체로 이번주초 숨고르기의 연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하락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 추세선 “이상무” = 지난 23일 종합지수가 미국시장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강후약의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추가상승을 위한 자연스런 숨고르기 과정이며 조정이 오더라도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로 GDP 6%대의 균형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의 견실함, 그리고 미국시장 안정세가 상승 기조를 받치는 든든한 배경이다. 당분간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급격한 하락조정 가능성을 고려할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
또 미국 채권으로의 자금유입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국내시장에서의 외국인 누적 선물 포지션도 다음달 만기일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프로그램 부담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더해 외국인의 국내 우량주 지분율이 매우 낮아 향후 주식 편입 여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언급되고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60일선 저항과 20일선과의 이격과대 등이 점진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큰 경계감을 요구하는 국면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번주 조정이 오더라도 720~730부근에서는 강한 하방경직성이 기대된다”며 “은행, 증권, 건설 등 선도주와 내재가치 우량 중소형주에 대한 저점매수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상승세가 거의 열흘이상 지속되며 숨고르기가 필요한 상황이나 상승추세 훼손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일단 낙폭과대에 따른 상승국면은 마무리된 모습이나 이번 반등을 기술적 반등으로 볼 수는 없다”며 "조정을 거친 후 3/4분기 실적관련 대형우량주 등 주도주에 대한 관심이 본격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여전한 약세장 랠리론 = 이에 반해 시장 상승을 이끌어온 수급구조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 추가 상승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상승은 경제펀더멘털과 기업체 이익개선 모멘텀을 동반하지 못한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메리트와 프로그램 매수 등 일시적 수급개선에 의존한 상승이라는 한계가 부담이다.
이날 종합지수가 개장초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750선을 넘은 뒤 장후반 외국인의 선물 매도전환으로 하락하자 수급불안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연일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지만 일부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시장 교란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매수차익잔고의 대부분이 베이시스 0.2포인트 수준에서 설정돼 매우 단기적 성격이 강하며 이날처럼 백워데이션이 발생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을 부른다는 점도 단기 수급에 부정적이다.
일단 낙폭과대 논리에 의한 지수상승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등 또 다른 수급개선 이벤트가 따라주지 못할 경우 상승흐름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최근 상승의 주된 논리였던 가격메리트는 740~750에서 사라진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시장 흐름을 지배했듯이 향후에도 수급변수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750선이 고점대비 20% 조정선이라는 점에서 하락세의 전환 기준”이라며 “이날 지수가 750선에서 조정받았다는 것은 강세장 전환 실패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모든 기술적 지표가 과열권을 가리키고 있고 큰 흐름이 하락쪽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어 상당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720선 이후부터는 투기적 선물 매수에 다른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