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와 투자상담사 등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주식을 사놓고 일반투자자에게 매수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자 슬그머니 팔아치운 애널리스트가 적발됐다.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부당하게 이용한 사례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명 증권정보사이트의 '사이버 증권고수'로 활동하면서 특정 종목을 추천한뒤 보유주식을 몰래 팔아치운 투자상담사의 비리도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까지 국내외 증권사의 보고서와 애널리스트 주식매매 현황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애널리스트·투자상담사 적발=금감원은 16일 증권사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한 검사를 벌여 보고서를 부당 이용한 혐의로 전 H증권 애널리스트 이모씨와 또다른 H증권 투자상담사 이모씨를 각각 정직조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이씨는 작년 7월31일부터 지난 3월19일까지 다른 증권사에 개설된 친·인척 김모씨 계좌에 1억1천7백만원을 입금시켜 놓고 불법 주식매매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코스닥에 등록된 특정 종목을 미리 사두고 이 종목에 대해 '적극매수'를 추천한 조사분석자료를 7차례 공표한 뒤 매도하는 방법으로 모두 1백66차례 위법매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상담사 이씨는 지난 3월18일부터 5월2일까지 위탁자 김모씨 등 2명의 계좌에서 모두 41차례에 걸쳐 7억8천8백만원어치를 불법 일임매매했다. 이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유명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인 P사에 '사이버 고수'로 등록,특정종목을 매수추천한뒤 자신은 매도하는 수법을 썼다. 이씨는 장중 특정 종목을 미리 매수했다가 장마감후 인터넷 사이트 종목추천 코너에 '대박가능종목''급등예상주''조만간 시세분출'등의 제목의 글을 올려 개인들을 유인,다음날이나 며칠후 팔아 치웠다. 거래량이 적은 11개 소형 코스닥 종목이 표적이었다. ◆증권가 파문 예상=국내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부당이용 사례가 적발되기는 지난 5월 증권업 감독규정 개정후 처음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선 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보고서 사전유출 파문에서 이미 애널리스트의 위법행위가 확인됐다. 잇단 위법 사례 적발로 증권사 조사분석자료 관리와 발표관행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같은 부정이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감독당국 조사결과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작년 5월부터 올 8월까지 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자료와 공표일 등을 증권사로부터 넘겨 받았다. e메일과 전화통화 녹음기록은 물론 은행계좌에 대한 조사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번주부터는 현대 LG 대우 동양 등의 증권사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검사에 나서고 있다. 다음주에는 교보 동원에도 검사요원을 파견하는 등 9월까지 외국계 증권사 9개를 포함해 모두 23개 증권사를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증권감독국 이장훈 검사실장은 "조사분석자료와 인터넷상의 정보제공을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면서 "투자자들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