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엔에이치엔(NHN) 사장이 코스닥 등록심사 전 새롬기술에 NHN지분 10만여주를 '예약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NHN은 새롬기술의 경영권 확보에 나선 홍기태 새롬벤처투자 사장과도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HN과 새롬기술간 합의는 등록 전 예약매각이 코스닥위원회로부터 용인됐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새롬기술 경영권 공방과 관련해 삼성계열사에 이어 NHN도 중립입장을 밝힌 이상 오 사장이나 홍 사장 모두 마땅한 우호지분이 없게 돼 버렸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NHN과 새롬기술간 합의사항=NHN 관계자는 14일 "이해진 사장이 보유주식 10만여주를 코스닥등록이 이뤄지고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뒤 새롬기술에 매각키로 지난달 중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총 매각대금은 7억2천만원이며 주당 매각가격은 7천2백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NHN은 예약매각 계약을 맺으면서 새롬기술로부터 NHN의 코스닥등록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조를 받아냈다. NHN 관계자는 "새롬기술의 경영권 쟁탈과정에서 NHN의 과거 유상증자 때 가격문제가 불거지면서 두 차례나 등록심사에 떨어졌다"며 "세번째 심사에선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새롬기술과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새롬기술은 2000년 5월 NHN의 유상증자 때 이 회사 주식을 주당 8만2천원에 사들였다. 9일 후 제3의 회사인 서치솔루션이 같은 주식을 주당 2천6백원에 매입한 것과 비교된다. 새롬기술의 경영권 장악을 선언하고 나선 홍기태 사장측이 이를 문제삼고 나서 두번이나 코스닥등록이 좌절됐다는 것이 NHN의 판단이다. ◆NHN과 홍 사장간 합의사항=NHN과 홍 사장측은 지난 12일 비록 구두약속이긴 하지만 신사협정을 맺었다. 홍 사장이 NHN 유상증자 때 오 사장의 관리소홀 등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는 않는 대신 NHN은 오 사장 편을 들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NHN과 홍 사장측 모두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NHN 입장에선 코스닥등록심사 때의 시빗거리를 확실히 없앤 것이다. 이에 힘입어 NHN은 14일 심사에서 무사히 통과했다. 홍 사장측도 새롬기술 경영권 쟁탈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변수를 제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없는가=증권업계에선 등록 전 이해진 사장의 예약매각계약 사실을 코스닥위원회가 알고서도 별 문제삼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두 회사가 합의서를 지난달 중순 코스닥위원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코스닥위원회는 예약매각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H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IT벤처기업 대주주가 10% 이상 지분 매각을 할 때 제한장치를 마련하는 등 벤처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코스닥위원회는 따로 노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새롬기술의 NHN 지분 예약매입 가격이 주당 7천2백원으로 NHN 공모예정가 (2만원 안팎)보다 훨씬 싸다는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박준동·박영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