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디지털TV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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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디지털TV 확산과 관련해 주목할 결단을 내렸다.
2004년 7월부터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36인치 이상 대형TV에 디지털 튜너(수신기)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넓혀 2007년 7월부터는 13인치 이상 모든 TV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북미지역 디지털TV 시장에 큰 외부적 변수가 가해진 것이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전환이 방송사와 제조업체 간 논쟁속에 매우 더디게 진행되자 나온 고육책으로도 비친다.
지난 97년 미 의회는 방송사업자들에게 2006년까지 디지털로 전환하라고 명령하고,이에 필요한 TV주파수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방송사업자들은 디지털TV 제조업체들의 제품출시 지연을,TV 제조업체들은 방송사업자들의 디지털 프로그램 송출준비 미흡을 각각 거론하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방송사들이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나선 데서 알 수 있듯 FCC는 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그동안 연방정부의 디지털전환 촉진계획에 비판적이었던 제조업체들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디지털TV가 얼마나 확산될지에 대해 회의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 이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할 것은 따로 있다.
FCC의 이번 조치로 북미지역 시장에서 뜨거워질 한ㆍ일간 디지털TV 시장쟁탈전이 바로 그것이다.
북미지역 디지털TV 시장이 왜 중요한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의회의 명령에다 이번 FCC 조치로 시장은 더욱 급성장할 전망이다.
위(높은 소득수준)에서 아래(낮은 소득수준)로 확산되는 첨단제품의 속성을 감안하면 북미지역은 향후 세계 디지털TV 시장판도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는 것이다.
선수를 치고 나선 쪽은 FHP 파이어니아 도시바 샤프 등 일본업체들.지난 4월부터 여러 모델들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태세다.
여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마찬가지 전략으로 북미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TV를 놓고 한ㆍ일간 대회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특히 양국 기술수준에 별 차이도 없어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승부는 누가 마케팅과 가격인하를 선도하며 디지털TV 대중화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FCC 조치가 나오자 당장 TV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을 감안한다면 특히 그러하다.
여기에 양쪽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 내수 확대책 역시 어떤 형태로든 기업들의 북미시장 공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기업간 파트너십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