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골프] 개그맨 최홍림씨 .. 그린서 찾은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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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도전 끝에 최근 세미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개그맨 최홍림씨.그는 골프를 접하기 전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90년 초 신인 개그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최 프로'는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당신보다 더 인기있는 연예인을 사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충격을 받은 최 프로는 방황하다가 포커 도박에 빠져 들었다.
국내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타짜'로 탈바꿈한 그는 하루에 1억원을 잃기도 하고 따기도 했다.
빈털터리가 됐다가 다시 복구하기를 세차례 반복했다.
결국 빚만 안았으며,그 세계와 결별하기 위한 방편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도박판에는 주먹 쓰는 사람,건달 등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잖아요.그러나 골프를 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별의별 방법과 기술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터득한 게 '잘 하는 사람을 흉내내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보기플레이어 정도 됐을 때 박세리를 그대로 따라했어요.어드레스부터 각종 버릇까지 다 흉내냈지요."
최 프로는 도박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강심장'으로 성장해 누구보다 마인드 컨트롤에 강했다.
"프로 테스트에 나선 어린 선수들을 보니까 너무 긴장하고 라운드를 하더라고요.조금 안되면 바로 무너져 버리죠.미스샷이 나면 다음샷에 모든 것을 집중하려는 노력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해요."
최 프로는 심지어 누군가와 겨룰 때 검정색이나 빨강색 옷을 입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주눅이 들어 제풀에 망가지는 사례를 여러차례 경험했다.
그는 최근 5년간 1천번에 가까운 실전 라운드를 했다.
매월 20회 정도 라운드한 셈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동반자들과의 그린피 내기에서 필승 전략(?)으로 임해 상당부분 충당했다.
최 프로의 목표는 국내 PGA투어에 이어 미국 투어에 진출하는 것이다.
"남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전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봐요.그래서 꿈 하나로 미국에서 갖은 고생을 했던 LG 이상훈 투수를 가장 존경하죠.전 여러 가지 경험을 한 뒤 국내에서 PGA 회장 같은 골프계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