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몬트 제스프리 등 다국적 과일 유통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맛과 향이 좋은 프리미엄 과일을 들여오는가 하면 TV에 광고를 내고 후숙시설(과일 숙성시설)을 갖춘 물류센터를 경쟁적으로 건립하고 있다. 델몬트는 지난 4월 경기 이천에 1천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지은 데 이어 오는 12월 마산에 연간 2백만상자 이상의 녹색(미숙) 바나나를 완숙시킬 수 있는 초대형 물류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다. 델몬트 관계자는 "두세개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어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돌(Dole)사 역시 최근 후숙 및 냉장시설을 갖춘 1천3백여평 규모의 유통센터를 경남 진해에 마련했다. 이에 따라 연간 2백60만상자의 바나나를 적당히 익혀 싱싱한 상태로 출고할 수 있게 됐다. 광고와 마케팅도 유례없이 강화하고 있다. 여성잡지 등에 머물렀던 광고가 라디오로 확대되더니 올해는 처음으로 TV광고(썬키스트,제스프리)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TV광고는 금지됐었다. 델몬트는 스포츠용품업체인 아디다스와 손잡고 이달 중 공동마케팅을 펼친다. 길거리 농구대회를 열어 바나나가 근육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릴 예정이다. 썬키스트는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야외풀장에서 스마일콘테스트를 열어 해외여행 항공권을 선사하고 있다. 수입과일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청소년들을 고객으로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프리미엄 과일 수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돌은 최근 기존 과일에 비해 10∼20% 비싸지만 당도가 높고 향이 좋은 스위티오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전략상품으로 내세웠다. 일본에서 호평받은 유기농 바나나도 곧 들여올 예정이다. 뉴질랜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프리미엄 과일 '골드키위' 수요가 최근 급격히 늘자 광고 예산을 대폭 늘려잡았다. 특히 어린이 영어교실 영어유치원 등을 중심으로 월평균 6백40회나 프로모션을 갖는 등 꼬마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골드키위는 TV광고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보다 많은 1백여t이 팔려나갔다. 다국적 과일 유통업체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수입과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과일 수요는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국내 과일시장 점유율은 15%선에 달했다. 수입과일 수요 급증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농업경제연구원 최지현 박사는 "수입과일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과일 생산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개방으로 완전경쟁이 불가피해진 만큼 고품질과 마케팅으로 경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최 박사는 덧붙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