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판도를 결정하는 황금률로 '3의 법칙(The Rule Of Three)'이 주목받고 있다. 이 법칙을 주창하는 미국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의 잭디시 세스(Jagdish Sheth) 교수는 3개의 리더기업이 이끄는 시장구도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3자 경쟁구도로 정착된 시장은 산업계에 그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우선 미국 햄버거시장은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스 교수는 이들 3자를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른다. 강한 3자 외에 틈새시장을 뚫어 나름대로 입지를 다진 '스페셜리스트'도 있다. 미국 햄버거 시장을 예로 들면 드라이브 스루 체인점을 갖고 있는 랠리즈(Rally's)나 체커스(Checker's)를 스페셜리스트로 꼽을 수 있다. 주유소 등에 조그만 매장을 내고 기름을 넣는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신속하고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확보한 것.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빅3가 시장을 제패한 가운데 만도가 에어컨으로 스페셜리스트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도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가 정립하는 구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를 두 기둥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 시장은 왜 빅3 구도로 변화되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우선 3자 경쟁구도가 완전파괴와 담합 모두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주자만 있으면 서로를 완전히 파괴시키거나 결탁하기 때문에 고객들만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주자가 셋이면 결탁하거나 상호 파괴하는 가능성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침략적 경쟁도 줄어든다. 제3자가 결탁에 반대할 수도 있고 희생자와 협력해 나머지 두 주자를 견제할 수도 있다. 두번째는 3자 구도에 경쟁강도, 효율성, 수익성, 고객만족 등이 가장 잘 결합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과 투자수익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규모의 경제, 시장지배력, 경영의 질 등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의 중요성은 산업마다 다양하다. 특히 시장이 분열되어 있거나 구매율이 높지 않은 제품일수록 시장점유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산업분석가들이 발견한 것은 평균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사업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경쟁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40%를 초과하지 않을 때 가장 수익성이 높다. 그 수준을 초과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규제기관들과 충돌, 기업성장이 멈추기 십상이다. 세번째, '3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경쟁의 강도도 적당하며 시장효율성이 높다. 시장이 고도로 집중돼 있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분열돼 있으면 고객의 지출이 오히려 늘어난다. 왜냐하면 어떤 회사도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지 못하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서로 경쟁하는데 많은 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3의 법칙'은 국내 유통시장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모든 업태가 3자 경쟁구도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하는 할인점 시장도 멀지않아 빅3가 뚜렷한 모습으로 부상하면서 군소업체들이 무더기로 도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태별로 본 경쟁구도는 물론이고 유통시장 전체를 통틀어서도 빅3 구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빅3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3자를 일컫는다. 롯데는 주력기업인 롯데쇼핑에서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계열사에서 편의점 인터넷쇼핑몰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유통업에 해당하는 사업이라면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종합유통기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게 바로 롯데다. 신세계도 유통업에 관한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을 선보인 것과 함께 서구형 할인점을 처음으로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통시장의 산 증인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에 이어 홈쇼핑사업에도 뛰어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들 3자가 유통시장의 빅3로 불리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업태별로 보면 '3의 법칙'이 적용되는 양상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시장의 빅3는 IMF 환란을 계기로 지방 백화점들을 사들이기 시작, 롯데-현대-신세계 순으로 구도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할인점 시장은 신세계 이마트가 멀찌감치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삼성테스코)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에선 LG홈쇼핑과 CJ39쇼핑이 선발주자로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후발업체인 현대홈쇼핑이 2강을 따라잡기 위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LG25 보광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엎치락 뒤치락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영원한 선두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최근 롯데가 TGIF를 사들이고 시장에 진입, 비상이 걸려 있다. 경쟁사인 베니건스와 아웃백스테이크는 충격을 추스리며 도전의 칼날을 가다듬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3자 정립구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 LG유통이 3개 법인을 합쳐 통합법인으로 거듭나 빅3 진입을 외치고 있지만 롯데 신세계 현대가 구축한 빅3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할인점 시장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3자 정립구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계 까르푸와 월마트 등이 앞장서 상위 3개사 공략에 열을 올릴 것이지만 현재의 3자 구도는 점차 고착단계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70%를 빅3가 장악하고 나머지 30%를 스페셜리스트 기업들이 나눠 갖는다는 '3의 법칙'은 국내 유통시장의 미래를 점치는데도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