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회의에서 국내 약가정책과 관련한 한.미간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원길(金元吉) 전 보건복지장관과 이경호(李京浩)전 차관을 상대로 "한덕수(韓悳洙)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99년 미국측과 별도의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소위 `99년 어그리먼트(Agreement)'라고 불리는 이 합의가 결국 미국측의 구체적인 압박수단이 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99년 어그리먼트'를 거론하는 내용의 대외비 문서 4건이 외교부를통해 이 전 차관에게 전달된 바 있으며, 지난 4월3일 윌리엄 래시 미 상무부 차관보가 이 전 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무례하고 불손한 행동을 한 것도 이를 근거로 한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질의 후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외비 사항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없으나 철강, 자동차 등 다른 현안들에 묻혀 약가정책에 대해선 많은 부분을 양보했을 수 있다"며 "미국측이 약가정책 관련공문이나 `워킹그룹'에서 `99년 어그리먼트'를 거론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근거자료로, 바버라 바이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가 지난 2월 문경태 당시 복지부 연금보험국장에게 보낸 공문과 보험약가 산정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참여한 `실무그룹'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바이젤 부대표가 보낸 공문에는 "1999년 합의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especially those that could potentially affect our 1999 agreement)", `워킹그룹' 2차 회의록엔 "99년 어그리먼트에 입각해 사전협의 과정이 미흡"(다국적 제약업체 소위위원), "99년 어그리먼트가 양국간에 존재하는 것을 확신하며"(주한 미대사관 관계자) 등의 문구가 있다. 같은 당 심재철(沈在哲) 의원도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통상점검회의에서 미측 관계자는 우리측 관계자에게 `의약품실거래가 제도도입은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며 "99년 의약품실거래가 제도의 도입시 미국과의 비밀합의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관계자가 '이 합의가 서면이 아니더라도 그 성질상 양국이 약가 조정시엔 사전통보하고 합의토록 돼있다'고 했는데 우리측에선 항의가 없었다"며 "이는 결국 외교관례상 묵시적 합의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차관은 "지난 4월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통상점검회의에서 미국측이 자꾸 주장하는 `99년 어그리먼트'를 우리 주재관이 제기하며 미국측에 그런 게 있으면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측은 '문서는 없으며, 다시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최희주 복지부 국제협력과장은 "미국측은 `어그리먼트'라는 표현뿐 아니라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양해)'이라는 용어도 쓴 적이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문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구두로라도 이같은 사실을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