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커피잔을 들고 가장 많이 외출한 사람은? 다방 종업원들 말고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정진구 사장(57)이 아닐까 싶다. 정 사장은 요즘도 약속 장소로 출발하기에 앞서 에스프레소향이 그윽한 커피잔을 집어든다. 테이크아웃 커피문화를 몸소 전파하기 위해서다. '파트너'(정 사장은 직원을 이렇게 부른다)들도 마찬가지다. 오는 27일이면 정 사장이 '커피와 동행'하기 시작한 지 꼭 3년이 된다. 미국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에 들어온 지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 다음달 서울 종로구 적선점이 문을 열면 스타벅스 매장수는 50개가 된다. 늘어난 것은 매장만이 아니다. 도심 강남 대학가 등 서울 거리 곳곳에서 스타벅스 잔을 든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초창기만 해도 전체 손님의 3% 정도만 테이크아웃을 했어요.그것도 대부분 외국인이었죠.하지만 이젠 손님 10명 가운데 3명은 커피를 들고 나갑니다.커피문화가 많이 바뀐 것이죠." 정 사장은 지방 출점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 11월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도 김포공항에 매장을 2개나 낸 것도 서울로 오가는 지방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방에서는 아직도 스타벅스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중소도시에도 공격적으로 출점해 오는 2005년까지 점포수를 1백5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백억원 가량 증가해 4백50억원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형 빌딩 1층도 정 사장이 주목하는 출점 대상이다. 서울에선 외국자본이 사들인 10여개 빌딩 1층에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쓸모없이 놀리던 1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서자 건물주는 월세도 벌고 건물가치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요즘엔 건물주들이 먼저 입점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정 사장은 '배스킨라빈스'아이스크림과 치킨 전문점 '파파이스'를 국내에 안착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주말 커피 사업으로 인생의 방향을 튼 지 3년만에 홍콩에 있는 아시아지사로 첫 출장을 떠난다. 그동안 출장을 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내세울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