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가급적 시장의 움직임을 보지 않고 있습니다."(코스모투자자문 김정기 이사) "매일 아침 회의에서 장세전망과 편입비중 조절,업종 선택문제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지만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한국투신운용 황규철 파생상품팀장) 하루 사이에 지수가 20∼30포인트씩 오르내리는 널뛰기 장세가 지속되면서 기관들이 손을 놔버렸다. 투신운용사나 증권사 고유계정 운용팀은 프로그램,선물·옵션 등 단기 차익거래만 조금씩 하고 있다. 비교적 몸놀림이 가벼운 투자자문사들도 일부 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을 '0%'까지 낮춰 놓았다.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고 하루 등락률이 3%를 웃도는 급변동 장세에서는 관망하는 것이 최상의 리스크 관리책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종잡을 수 없는 널뛰기 장세=최근 장세의 가장 큰 특징은 '급변동성'이다. 지난 22일 종합주가지수는 뉴욕발 악재로 33.72포인트(4.47%) 폭락하더니 23일에는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22.62포인트(3.14%) 급반등했었다. 그러나 24일에는 나스닥지수의 폭락을 못이기고 22.11포인트(2.97%)나 미끄러졌다. 이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난달 19일 이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후 지수 변동폭이 한자리 숫자에 머문 날은 9일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충격과 함께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가 널뛰기 장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멘텀 부재와 증시주변의 자금 정체로 거래 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선물시장 움직임과 연동된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가 장을 출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형적 장세가 이어지다 보니 개인은 물론 기관들조차 시장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짱만 끼고 있는 기관=기관의 최근 동향은 한마디로 '관망세'다. 투신운용사들은 구조적으로 주식 매매를 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주식편입비율이 9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신규 유입되지 않고 있어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불투명한 장세전망 역시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주식편입비율을 줄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는 국내 기업의 상황을 감안할 때 '밑지고 파는 것'은 못하겠다는 얘기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투신사들이 주가지수 800∼850선에서 많은 주식을 샀다"며 "현재 로스컷을 했다가 장세가 급반전해 다른 운용사보다 수익이 덜 나면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장세 대응이 비교적 탄력적인 투자자문사는 주식편입비율을 대폭 줄여 놓은 뒤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스모투자자문 김 이사는 "현재 매매량은 평소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된다"며 "미국시장 안정과 3분기 후 내년까지 기업실적에 대한 확신이 섰선 이후에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사 주식운용팀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LG투자증권 주식트레이딩팀 김영준 과장은 "주식매매는 거의 손을 놓고 선물·옵션쪽만 보고 있다"며 "그나마도 리스크가 커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