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델 컴퓨터와 휴렛 패커드(HP)간에 `프린터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HP에서 잉크젯 프린터를 사 컴퓨터구매자에게 재판매해 온 델사가 직접 저가 프린터 판매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HP가 프린터 공급 전격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HP는 델이 곧 자체 프린터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델에 대한 프린터 직접공급계약을 파기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델이 HP프린터를 구입하려면 제3의 유통업체를 통해야 할 것이라고 다이앤 론칼 HP 대변인(여)은 밝혔다. 론칼 대변인은 "델사의 자체 브랜드 프린터 판매의도를 감안할 때 현재의 양사제휴관계가 이제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계약파기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델의 프린터 구매액이 HP 전체 프린터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보잘것 없기 때문에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델사의 HP 프린터 구매액은 연간 3억달러로 HP 프린터판매총액의 3%에 불과하다고 메릴린치 애널리스트 스티븐 밀루노비치는 추산했다. 이에 대해 델사의 마이크 메이어 대변인은 HP프린터를 지금처럼 직접 공급받을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나 자체 프린터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그저 델이 프린터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놀랍고 납득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델사는 HP의 경쟁업체인 렉스마크 인터내셔널과 엡손 아메리카,제록스,브라더인더스트리스 및 캐논 등으로부터도 프린터를 공급받아 자사 컴퓨터 구입 고객에게 팔고 있다. 델은 그러나 독자 브랜드의 프린터가 없어 수익성이 높고 꾸준한 매출을 보장하는 리필용 잉크 카트리지를 자체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프린터 회사를 차리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궁리중이라는 풍문이 지난5월부터 떠돌았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사(I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컬러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점유율은 HP가 43%로 단연 선두이고 이어 렉스마크(20%), 엡손(17%), 캐논(11%) 등의 순이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도 HP가 37%로 큰 격차의 1위를 달리고 있고 다음이 엡손(24%),캐논(18%),렉스마크(14%) 등의 순이다. HP는 여러 기종의 프린터 특허를 보유하고 새로운 고속 프린터를 속속 출시하고 있어 델사가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HP 흑자재정의 `효자'인 프린터시장에 또하나의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새너제이(美캘리포니아州)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