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디지털콘텐츠사업팀의 박민진 과장(32)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벤치마킹 대상이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과장은 휴대폰 주문형동영상(VOD)서비스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세계 어느 통신 서비스 업체도 아직 이런 서비스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컬러 휴대폰이 보급된 나라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선진국의 통신 업체라도 우리보다 2~3년은 늦게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의 성공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동영상 콘텐츠의 요금이 비싼데다 일반인들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으로 동영상을 보는 서비스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박 과장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그는 "휴대폰으로 두 시간씩 하는 영화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짧은 시간안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분 안팎의 짧은 드라마 콘텐츠를 시리즈로 제작해서 매일 공급하거나 뮤직비디오,교통정보 등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지난 93년말 SK텔레콤에 입사한 박 과장은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해오다 지난 2000년 무선인터넷 업무를 맡게 됐다. 그는 "마케팅은 남성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무선인터넷 분야는 전혀 그런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기획과 개발,마케팅 과정 등을 총괄하는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휴대폰 멀티미디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cdma2000 1x EV-DO"전용 휴대폰 보급이 확산되는 다음달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