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할 게 뭐 있나요.그냥 '홀짝'게임으로 보면 됩니다." S증권 선물옵션팀 A팀장의 말이다. 지난 11일 개설 5주년을 맞은 국내 옵션시장의 현주소를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작년 말 현재 거래량 기준으로 한국 옵션시장은 세계 1위,선물시장은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외형은 선진국 '성인'을 앞서지만 과다한 개인비중과 취약한 전산인프라 및 제도적 장치 등은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거래량 1위=옵션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97년 개설 당시 3만1천계약에서 지난 6월 말엔 6백33만계약으로 급신장했다. 지난 97년 하루 평균 옵션거래 대금은 불과 22억원 수준.5년이 지난 6월 말 현재 하루 거래대금은 4천7백62억원에 달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옵션시장은 세계 1위다. 2위인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통합시장 유로넥스트보다 거래량이 17.5배나 크다. 선물거래량도 세계 3위에 올랐다. ◆체질은 비만형=폭발적인 양적 팽창 뒤의 후유증도 만만찮다. 옵션만기일이나 트리플위칭데이 때마다 되풀이되는 체결 지연은 세계 1위라는 위상을 무색케하고 있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만기일 체결지연은 지난 99년과 2000년 코스닥시장 활황기 때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11일 옵션만기일에는 장 막판 투기적 거래가 형성되면서 1시간 이상 거래체결이 늦어졌다. 증권전산 관계자는 "최근 옵션 거래량이 급팽창하면서 시스템 에러가 종종 발생한다"며 "오는 9월에는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해 체결지연 현상을 없앨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기일 청산 기준가격도 투기거래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만기일 옵션의 청산 기준가격은 만기 당일 오후 3시 동시호가 마감 후 KOSPI200지수다. 국내시장이 만기일 장 막판에 엄청난 거래량이 터지며 가격의 급등락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옵션과 연계한 포지션을 유리한 방향으로 청산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벌이다보니 지수가 왜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물·옵션매도시 증거금 기준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는 전날 KOSPI200 종가 기준으로 매도증거금을 산출하고 있다. 박은용 한화증권 선물영업팀장은 "지난해 9·11테러 다음날 지수가 폭락했을 때 전날 풋옵션을 매도한 채 장을 맞은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략매매(선물·옵션합성매매)에 나서려해도 증거금 부족으로 앉아서 당해야 했다"고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페타포투자자문 하태형 대표이사는 "이같은 제도적 허점은 선물옵션시장을 리스크 관리에 활용하는 대신 대박을 겨냥한 투기적 거래의 장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투자자를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