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주가 약세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리는 미국 재무부채권 금리가 8개월중 최저치로 떨어져 하락 출발한 뒤 주가 움직임을 따라 낙폭을 확대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지난 5일 이후 지지됐던 5.80%선을 하향 돌파했으며 한때 5.70%선 아래로 내려가 통안채 2년물 금리와 같아졌다.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원화 강세에 따른 원재료값 하락 등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재료가 빈번하게 나왔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규제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금리를 돌리지 못했다. 장 막판 들어서야 일부 차익매물이 출회돼 금리가 낙폭을 다소 좁혔다. ◆ 금리 급락 = 1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5.70%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는 전날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5.70%에, 3년 만기 국고 2002-1호는 0.15%포인트 하락한 5.70%에 장 막판 호가됐다. 2002-1호 수익률의 경우 5.75%로 하락 출발한 뒤 한때 5.67%까지 하락, 통안채 2년물 수익률과 같아졌다.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1%포인트 내린 6.20%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8%포인트, 0.06%포인트 하락한 5.68%, 5.30%를 가리켰다. 통안 2년물의 경우 최근 들어 발행 물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차익실현 매물 부담도 늘어 국고 3년물보다 금리 하락폭이 작았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큰 폭 하락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하락한 10.56%를, BBB- 등급 수익률은 0.10%포인트 하락한 10.56%를 각각 가리켰다. 금리스왑레이트도 큰 폭 하락, 마이너스 금리스왑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됐다. 국고 3년물 기준 마이너스 금리스왑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0.06%포인트에서 마이너스 0.10%포인트로, 국고 5년물 기준 금리스왑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0.10%포인트에서 마이너스 0.14%포인트로 각각 변했다. 국채 선물은 반빅(Half Big) 가까이 올랐다. 9월물은 전날보다 0.47포인트 상승한 105.62를 가리켰다. 한때 105.71까지 급등했으나 차익매물이 출회돼 상승폭을 좁혔다. 거래량은 6만1,805계약으로 전날 3만7,592계약보다 크게 늘었다.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3.,881계약 순매수한 반면 은행은 2,583계약, 증권사는 1,255계약 순매도했다. ◆ 전저점 확인 가능성 = 금리가 미국 금융시장 불안에서 파생된 국내 주가 급락으로 큰 폭 하락하자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달 26일 기록했던 전저점, 5.52%를 다시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위쪽으로는 최근 박스권 하단이었던 5.80%가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미국의 기업 회계부정 문제가 단기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기업 실적이 예상만큼 나쁘지 않은 대신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는 중국 위완화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커졌다. 또 이라크 전쟁 우려가 커져 정치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국민은행의 최재형 대리는 "뉴욕 증시는 낙폭이 좀 더 확대된다면 주식 손절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채권 시장은 매도 심리보다는 보유 또는 매수 심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은행의 남궁억 과장은 "현재 채권 시장은 국내외 주식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수급과 펀더멘털로는 분석하기 어렵다"며 "뉴욕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여 국내 금리 하락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과장은 이어 "장기물 공급이 국고채 바이백(Buy Back) 등으로 늘어 물량 부담이 다소 증가했으나 장기물 금리도 금리 하락시에는 중단기물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급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더 완만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6월말 금리 하락을 이끌었던 스왑관련 채권 매수세도 다시 등장해 금리 하락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행의 최천범 차장은 "스왑 리시브(고정금리 수취) 수요도 지난 6월말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늘고 있다"며 "주가가 계속 올라 스왑 페이(고정금리 지급)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스왑시장 움직임도 금리 하락에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