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긴급해부] (4) '스카우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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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BMS제약의 신동명씨(36)는 지난해 영업왕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올초 회사로 부터현금 5천만원에다 가족동반 해외여행권까지 받았다.
당초 4억8천만원으로 잡았던 목표를 2배 이상 초과해 10억원어치를 판데 따른 인센티브였다.
한국얀센의 박노철 인천영업팀장(38)도 지난해 판매실적 1위에 오르며 4천만원 상당을 챙겼다.
한국BMS제약은 영업실적 2등에게 강남지역 30평형 아파트 2년 임대권,3등에게는 강남지역 20평형 아파트 2년 임대권을 줬다.
이 회사는 영업사원 1백4명 모두에게 개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차량 (아반떼)을 지원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은 최상의 대접을 받아야 최고의 실적을 낸다"는 게 이희열 한국BMS제약 사장의 설명이다.
'영업사원 사관학교'로 통하는 한국얀센도 지난해 1인당 7백만원에서 1천3백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올해는 5백만원에서 1천6백만원으로 그 격차를 더 벌렸다.
매년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20여명을 선발,'엑셀런스 어워드'를 수여하고 연봉의 30∼40%를 통장으로 지급한 다음 3년 후에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번 돈을 사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돈으로 다른 회사의 영업맨들을 싹쓸이 해온다는 데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분업 이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국내 제약업체들의 유능한 영업사원과 마케팅사원을 마구잡이로 스카우트했다.
고액 연봉,인센티브,자동차,어학연수 기회 등을 내세워 토종 업체들이 애써 길러낸 영업 인력을 데려간 것이다.
한 토종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3백여명의 영업맨 가운데 5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며 "이들 대부분이 다국적 제약사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에는 경력 2∼3년짜리까지도 빼내가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급기야 지난 4월1일 제약협회가 회원사들에 영업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 주도록 요청하고 나섰다.
제약협회는 "지나친 경쟁은 인력 모집 질서를 깨뜨리는 등 업계 전체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겨냥한 대상은 물론 다국적 제약사였다.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에 대한 영업이 강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영업사원 스카우트 바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
애써 키우기보다는 국내 제약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영업맨을 스카우트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워 연봉제 계약을 맺는다.
뛰어난 영업사원들인 만큼 처음에는 우수한 실적을 올린다.
그러나 계속해서 인센티브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3년이 지나면 평가 기준인 전년 대비 영업실적이 부진해지게 마련이다.
다국적 제약사에 있더라도 메리트가 없어진다.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빼먹을 것은 모두 빼먹었다'는 식이 된다.
그래서 영업사원들이 제 발로 나가도록 만든다.
이에 따라 옛 직장인 국내 제약사로 발길을 돌리는 영업사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다국적 제약사들은 영업과 마케팅 사원들을 솎아가면서 시장의 질서를 깨뜨렸다.
이같은 전략으로 고가 전문약 시장을 휩쓸면서 국내 판도를 순식간에 흔들어버린 것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