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따라 세상 누비는 자유인 .. '잡 노마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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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뮌헨에서 제품을 고안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한다.
소프트웨어는 인도의 뭄바이에서,마이크로칩은 미국의 새너제이에서 만든다.
이를 위한 복잡한 계산은 모스크바의 수학자가 맡는다.
이처럼 전 세계적 유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기업에 토지와 건물,정규직원 등 고정적인 것보다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
시스코의 경우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통한다.
본사 건물이 캘리포니아에 있긴 하지만 이 회사의 실질적인 본사는 웹사이트다.
사업과정의 80% 이상이 웹사이트에서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업의 형태가 바뀌면서 일자리의 개념도 산업사회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해졌고 평생직장보다는 일에 따라 전세계를 누비는 사람들이 흔해졌다.
직업에 따라 세계를 유랑하는 유목민,즉 '잡 노마드(job nomad)'들이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의 주필을 지낸 독일의 미래학 전문가 군둘라 엥리슈는 신간 '잡 노마드 사회'(이미옥 옮김,문예출판사,1만원)에서 잡 노마드들의 등장과 그들이 개척해가는 경제영역,직업세계 및 미래사회를 통찰한다.
그는 노트북과 휴대전화,헤드셋으로 무장한 잡 노마드들은 언제든 연락이 가능하고 항상 어디론가 움직이는 '현대의 유목민'이라고 표현한다.
마셜 맥루한이 이미 30년 전에 "미래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처럼.
실제로 독일의 사진작가 알렉산더 슈텐첼은 패션사업으로 35세에 백만장자가 됐지만 고정적인 직장도,자동차도,집도,거처도 없다.
1년에도 몇 번씩 세계를 여행하는 그의 재산은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휴대전화와 옷 몇 가지 뿐이다.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직장이요 집"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예순인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여)는 몇 년째 돈이라고는 만져본 적이 없다.
지난 96년 여름 갖고 있던 물건과 자동차,은행계좌,보험계약 등을 모두 처분하고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유를 위해 정착된 삶을 버렸다"고 말한다.
정착생활은 인간의 물질문명을 진보시키고 안정된 삶을 제공하지만 그 안정이란 자유를 희생하는 대가라는 것.
산업시대의 낡은 노동구조와 개념 대신 '1인 기업'이나 프리에이전트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따라서 잡 노마드들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경제영역과 직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물건을 주문하고 상품을 판매하며 시장조사를 한다.
또한 1인 기업체로서 다양한 회사와 팀,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한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고정자산과 물질보다는 경험과 지식,인간관계 등 비물질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생활에서도 명상과 음악,대화 등을 통해 내면의 안정을 찾는 것을 선호하며 문화적,지리적 경계를 넘나든다.
때문에 가족,국가,제도 등 기존의 구속적 환경은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미래는 '노마드의 세계'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