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침체와 분식회계 스캔들로 멍들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골드러시'를 쫓고 있다. 대상은 미국내 보안시스템 구축시장. 보안장비 전문업체들은 물론 일반 기업들도 기존 제품을 보안용으로 바꿔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 시장의 힘은 풍족한 정부예산에서 나온다. 내년까지 5백72억달러(우리돈 약 7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용될 예정.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예산전문가들은 "지난 60년대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연상시킬 정도의 새로운 투자의 물결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돈이 되는' 보안용 장비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톰 리지 국토안보청장도 "다양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기업가정신이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병원에 X레이기를 공급해 오던 바리안메디컬시스템스라는 회사는 이 기법을 이용,자동차나 컨테이너 내부를 투시해 주는 장비를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세관당국이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한다. 카지노에서 상습 사기꾼들을 쫓아내기 위해 입장하는 고객들의 얼굴을 컴퓨터로 촬영해 그 자리에서 '전과'여부를 확인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비제시테크놀로지는 이를 수배인물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했다. 공항 탑승자나 스포츠경기 입장객들 중 문제인물을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는 장비인 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팽창하는 미국 보안시장은 외국기업들에도 매력적인 시장.입체사진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의 쿠르즈라는 기업은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테러리스트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조하기 쉬운 돈중 하나인 달러화의 위조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달러화는 물론 여권 비자 조종사자격증 등 테러범들이 원하는 각종 증명서에 대한 위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계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