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대응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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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 800고지 등정이 좌절되고 있다.
반도체 현물가 상승과 삼성전자 등 국내외 기업체의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중 상승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계감이 더 강한 모습이다.
미국시장 하향추세가 부담스럽고 달러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환율 하락 파장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수출주의 실적 전망치 하향이 잇따르고 있어 2분기 실적 발표는 지수 급등을 유도할 만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외국인의 시장 참여 축소 등 제반 수급여건도 800선 돌파를 기대하긴 힘든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분간 미국 시장의 바닥권 확인을 지켜보면서 단기 박스권 대응속에 반등시 현금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 전략을 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 국내외 모멘텀 부재 지속 =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미국의 2분기 실적 발표 이벤트는 악재로서는 대체로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소폭 호전이 확인될 경우 반등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주요 추세선을 붕괴시킨 미국 증시의 바닥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단기 반등을 넘어서는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믿고 싶었던 미국 시장이 최근 급락하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진입해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우지수는 중기적으로 머리-어깨 하락 패턴이 지속진행되며 주요 지지선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어 탄력적인 추세반전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현물가 나타나고 있으나 추세적인 상승세보다 일시적 수급 불안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DDR 현물가 급등세가 이어진 가운데 대만 마더보더의 출회량 증가세, 그리고 하이닉스의 생산차질에 따른 256메가 생산 제한 등이 고정거래가 상승 기대를 부풀리고 있으나 아직 3분기 D램 수요 감소 전망을 뒤엎기에는 이르다.
다만 반도체주에 대한 저가 인식이 강해 현물가 흐름에 따라 탄력적인 흐름을 보이며 지수급락을 방어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수급여건도 만만치 않다.
그간 매수주체로 기여해온 외국인이 전날 770억원에 달하는 대량 순매도로 전환했다. 800선 부근에서의 부담감을 강하게 드러낸 것. 미국 증시 하락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신흥시장에 유입되리라는 장미빛 전망 나오고 있으나 미국 증시 급락 상황이 멎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관의 시장 대응도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9조원대 초로 감소한 한계로 프로그램 매매에 제한되고 있다. 기관이 전날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소화한 양상을 보였지만 매수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매도 주체로 돌아설 수 있다. 외국인의 시장참여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매개로 시장 등락을 좌우할 가능성은 있다.
◆ 보수적 대응 바람직 = 시장은 미국 증시의 반등을 확인하면서 제한적 등락을 거듭하는 지루한 흐름을 전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16일 포스코의 실적 공개에 대한 시장 반응을 확인하면서 시장 안정세가 확인될 때가지는 제한적 시장참여가 바람직할 전망이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반도체가격 강세와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기대로 장중 상승시도가 나타나며 변동성이 여전히 큰 장세가 나타났다”며 “당분간 800선을 넘기는 힘들고 790선 이상에서는 매물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해외 시장 안정 기미가 엿보이지 않고 미국 시장이 추세적 하락세로 접어들어 이의 극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790선 이상에서는 현금확보, 750선 아래에서는 단기적으로 대형주를 저가매수하는 정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800선 돌파는 부담스러운 분위기에서 장중 등락을 따라가기는 힘들다고 할 때 시장이 좀 밀릴 때까지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환강세로 내수주는 좀더 들고 가고 수출관련 기술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저가매수를 감안하는 전략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미국 시장도 긍정적이지 못해 오른다 해도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여 7월말까지는 모멘텀이 없어 국내 시장 흐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주후반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감안하고 790선의 매도세를 감안해 단기 대응하는 정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미국시장이 악재를 이미 반영했다는 시각과 추가 충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 국내 시장이 800선 근처 박스권 상단부에서 방향설정을 위한 고민이 역력하다”며 “다음주까지 실적 재료는 중립적일 것으로 보여 단기적 관망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