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1,176.60원, 20개월 최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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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사흘만에 하락, 20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후반 이틀간의 반등세가 달러/엔 환율 하락과 물량 부담으로 꺾인 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달러화 약세 현상 속에 달러/엔은 장중 116엔을 위협하기도 하는 등 내림세를 보였다. 달러/원은 이같은 대외여건을 주로 반영했다.
업체들 네고물량이 꾸준히 공급되고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환율하락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역외세력도 적극적 매수에 나서지 않아 수급상 공급우위가 유지됐다.
지난 일요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하락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 달러매도(숏)심리를 자극했다. 재정경제부가 환율 안정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일부 국책은행의 달러사자세가 이어졌으나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데 그쳤다.
달러/엔의 추가 하락이 115엔대 진입을 예상케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 등의 추가 개입이 예상되고 있다. 달러/원은 달러/엔의 동향에 따른 변동이 예상되며 1,170∼1,180원의 범위가 가장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6.20원 내린 1,176.6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 21일 1,167.50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182.50원, 저점은 1,176.10원으로 하루 환율변동폭은 6.40원을 기록했다.
개장가를 고점으로 꾸준히 흘러내린 환율은 추가 하락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한 모양새를 보였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가 오전중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환율불안이 회복세의 우리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사흘 내리 구두개입을 단행, 방어의지가 유효함을 전파했으나 시장은 당국개입을 매도시점으로 파악했다.
◆ 전 저점 테스트 가능성 염두 = 화요일 향방은 일단 밤새 달러/엔 환율에 달려있다. 달러/엔이 9.11테러사태 직후의 전 저점인 115.80엔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직개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달러/엔의 추가 하락시 달러/원도 지난 11일 기록한 전 저점(1,171.50원) 경신 시도가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밀리고 역외매도세가 달러/원을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게 했다"며 "정부의 구두개입이 경계감을 형성시키기도 했으나 박승 한은 총재의 말마따나 환율 하락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함을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지난주 말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쁘게 나와 경기회복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져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내일은 1,170∼1,180원에서 거래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이렇다할 물량이 출회되지는 않았지만 팔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지속적으로 반등시마다 물량이 나왔다"며 "당국외에 매수주체가 없었고 변수 자체가 흐름을 바꿀만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도 쉽게 반등이 어려워 보이며 차트상 115.80엔선에서 개입 경계감이 있으나 달러화 약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내일 1,170원까지 바라보되 달러/엔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도 1,182∼1,183원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엔 116엔대 추가 하락 = 미국 달러화 약세 현상은 지속됐다. 달러화는 엔화대비 116엔대 초반으로 내려서 10개월 최저치를 경신했고 유로화에 대해 0.99달러대에서 등락했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 하락과 경제지표 악화로 116.84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일본 수출업체의 매물출회 등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일본 재무성 고위관계자들이 추가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듭했으나 뉴욕 증시 등의 하락예상이 앞섰다.
달러/엔은 장중 116.04엔까지 저점을 낮춘 뒤 소폭 반등, 오후 4시 50분 현재 116.12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은 지난해 9.11테러 직후의 115.80엔선에 지지선이 형성돼 있으며 일본 정부의 개입이 임박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엔/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의 장세를 이어받아 100엔당 1,010원대에서 등락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73억원, 25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틀만에 주식순매도를 기록했으나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0.30원 낮은 1,182.5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이내 1,180원을 둘러싼 매매공방을 펼친 뒤 서서히 흘러내려 10시 35분경 1,177.50원까지 내려섰다.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환율은 1,178원선 이상의 반등은 제한된 채 1,177∼1,178원을 오간 끝에 1,177.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177.7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176.90원으로 장중 저점을 경신한 뒤 한동안 1,177원선에서만 맴돌았다.
그러나 3시 이후 매도압력이 약간 거세지면서 환율은 3시 55분경 이날 저점인 1,176.10원까지 내려선 뒤 소폭 반등, 1,177원선을 거닐다가 장 마감직전 반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5,6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8,7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100만달러, 4억300만달러가 거래됐다. 16일 기준환율은 1,177.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