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개각'의 관심거리로 두가지가 꼽히는 것 같다.


하나는 첫 여성 국무총리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의 퇴임 발언이다.


전자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면 후자는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재야 출신 장관'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취임식을 마친 뒤 곧바로 장관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하면서 열성적으로 보건행정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던 그가 낙마했으니 아쉬움도 컸을 것 같다.


퇴임사에서 "다국적 제약 업체들의 외풍에 흔들려 떨어졌다"는 음모론을 내놓을 때는 나름대로 짚이는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떠난 이 전 장관 만큼이나 복지부 직원들의 낙담도 커 보인다.


개각 다음날인 12일 복지부는 자조적 분위기에 휩싸였다.


"장관 스스로 제약업체 입김에 휘둘려 퇴임케 됐다고 울분을 토하는 상황인데 복지부에서 하는 일에 어떻게 영(令)이 설 것이며 일할 맛이 나겠느냐"는 하소연도 나왔다.


"장관을 중도 하차시킬 정도로 엄청난 무언가가 진행돼 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거나 "시민들의 눈에 복지부가 복마전으로 비쳐질까 두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고참 국장은 "이 전 장관 퇴임을 지켜 보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유행가 가사를 되뇌었다"며 물러나는 모양새가 곱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떠나는 수장(首長)으로서 남는 아랫사람들이 갖게 될 정서를 감안해 속내를 전부 끄집어내기보다는 '함구(緘口)의 미덕(美德)'을 발휘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다.


한 사무관은 "복지노동수석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다가 장관으로 온 사람이라면 설사 단명에 그쳤더라도 가뜩이나 '레임덕'에 빠진 임명권자(대통령)를 곤란하게 하는 그런 퇴임사는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주무 과장은 "취임후 보여준 이 장관의 일에 대한 열정과 단호한 개혁의지가 퇴임 발언으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신임 김성호 장관은 국세청과 조달청을 거치면서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조직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장관이 정권 말기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흐트러진 복지부를 얼마나 잘 추스를지 궁금하다.


박기호 사회부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