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종합] 1,180원붕괴, "정부 개입의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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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1,180원을 깨며 20개월 최저치를 거듭 경신했다. 이번주 들어 1,200원부터 하루 단위로 1,190원, 1,180원을 차례로 깨고 내리는 흐름을 보인 셈.
전날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대책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계획 등을 내놓으며 1,180원 방어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외풍을 견뎌내지 못했다. 장중 1,180원 지지에 기대 구축된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 엎어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달러/엔 환율은 도쿄장에서 118엔대에서 반등세를 유지했으나 런던으로 넘어가면서 117엔대로 진입하는 반락 흐름을 연출했다. 역외세력도 이에 맞춰 매수에 나서다가 매도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달러화 약세'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개입 역시 외평채 발행 확대 등 안정 수단이 존재한다지만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0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80원 내린 1,179.4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 22일 1,176.90원 이래 최저치를 가리켰다. 이번주 들어 사흘새 25.50원이 하락했다.
장중 고점은 1,183.00원, 저점은 1,176.50원으로 지난 2000년 11월 23일 장중 1,173.10원까지 내려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6.50원을 가리켰다.
환율은 앞선 이틀간 20원 이상 폭락했던 탓에 장중 경계감과 낙폭과대에 따른 자율 조정 등을 통해 심호흡을 조절, 조정세를 보였다. 수급상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았고 결제수요가 아래쪽을 받치면서 1,180원이 지지될 것이란 인식이 강해 보합권 등락을 주로했다.
그러나 달러/엔의 118엔 붕괴와 함께 촉발된 달러되팔기(롱스탑)으로 장 후반 1,180원은 맥없이 허물어졌다. 국책은행도 1,180원 지지를 위해 사긴 했으나 시중 물량을 많이 흡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달러/엔 동향과 당국 개입 주목 = 시장의 대체적인 인식은 '대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정부의 개입의지도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벽 앞에선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날 정부가 구두개입 조차 나서지 않은 것은 원-엔 비율이 '10대1'을 축으로 횡보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와 강도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 방향에 따른 추가 하락과 조정 사이에서 고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화 약세라는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엔/원 환율도 100엔당 1,000원에 맞췄으며 공급 우위의 장세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러/원도 추가 하락과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내일 추가 하락도 가능해 보이며 1,175∼1,180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한일 양국의 개입이 나오지 않고 빠지다보니 달러매수(롱)플레이로 버티던 세력들이 보유물량 처분에 적극 나섰다"며 "역외 세력도 매수쪽에 기울어 있다가 달러/엔이 118엔이 무너지면서 달러를 던져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에 따라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달러/엔이 일순간에 118∼119엔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내일 달러/원은 1,170∼1,185원으로 넓게 바라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 달러/엔 117엔대 진입 = 달러화가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의혹과 증시 하락 영향으로 약세 골이 깊어졌다.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117엔대로, 0.99달러대로 진입했다.
전날 뉴욕에서 118.02엔으로 내려선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 개장초 구로다 재무성 차관의 구두개입 등 일본 정부의 방어의지로 오전중 118엔대에서 반등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런던장으로 넘어가면서 반락세를 보인 달러/엔은 118엔을 무너뜨리며 117.62엔까지 떨어진 뒤 오후 5시 12분 현재 117.74엔을 기록중이다.
미국 기업 분식회계 문제와 증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에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점 등을 감안, 달러/엔은 조만간 9.11테러사태 이후인 수준인 115엔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엔/원 환율은 장중 대체로 100엔당 1,000원을 축으로 소폭 등락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34억원의 매수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45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하루만에 주식순매수로 전환했으나 규모가 적어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가하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20원 낮은 1,181.0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182.00원으로 올라선 뒤 차츰 되밀려 9시 33분경 1,180.10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 역외매수 등으로 추가 하락이 저지된 환율은 1,181∼1,182원을 오가며 혼조세를 보이다가 장 막판 강보합권에 안착하며 1,182.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182.8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보합권을 등락하다가 2시 16분경 이날 고점인 1,183.00원까지 올랐다가 역외매도세, 손절매도 등으로 1,180원선으로 되밀렸다.
한동안 붕괴 위협 속에서 지지되던 1,180원은 달러/엔 낙폭 확대와 손절매도 강화로 3시 30분경 1,180원을 붕괴시킨 뒤 4시 25분경 이날 저점인 1,176.50원까지 가라앉았다. 이후 달러/엔의 급작스런 반등으로 4시 29분경 1,180원까지 급반등하기도 했으나 이 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마감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8,3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4,64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2,000만달러, 3억1,06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180.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