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을 통과하는 지옥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고산지대 등 3천2백82㎞를 23일 동안 달리기 때문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도 고환암을 극복하고 지난해까지 3연패한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4연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룩셈부르크에서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는 10일(한국시간) 현재 3구간을 마쳤으며 오는 29일까지 모두 20구간으로 나눠 펼쳐진다. 3구간 레이스에서는 호주의 로비 맥케웬이 우승했다. 맥케웬은 10일 프랑스 동부의 메츠에서 랭스에 이르는 1백74.5㎞ 구간에서 에릭 자벨(독일)과 호주의 베이든 쿡을 따돌리고 4시간19분51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전날 2구간 경기에서 아깝게 2위에 그쳤던 맥케웬은 이날 우승으로 종합순위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이날 3구간에서 2위에 오른 자벨은 루벤스 베르토글리아티(스위스)를 3위로 밀어내고 종합순위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이 대회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암스트롱은 33위로 3구간을 통과했으나 선두 맥케웬과 한데 무리져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다른 1백85명의 사이클리스트와 함께 동일 기록을 인정받았다. 암스트롱은 3구간까지 선두에 17초 뒤진 5위를 마크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암스트롱이 대회 4연패를 달성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9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재기한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25세 되던 지난 96년 10월,고환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당시 암스트롱은 암세포가 고환에서 폐와 뇌까지 전이된 상태. 생존율은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완쾌해 선수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고환과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암과의 전쟁에 들어간 그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종일 구토가 치미는 항암치료를 기꺼이 견뎌냈고 2년 만에 암을 정복했다. 그리고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후 암스트롱은 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화려하게 재기,3년 연속 패권을 차지했다. 투르 드 프랑스는 서울∼부산을 네 번 왕복하는 이름 그대로 '지옥의 레이스'. 칼바람이 몰아치는 알프스·피레네 산맥을 넘고,7월의 뙤약볕 아래 프랑스 평원을 누비다 보면 선수들의 몸무게는 5kg 이상 빠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암을 정복한 암스트롱에게 이 정도의 역경은 더이상 도전의 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지옥의 코스도 그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암스트롱은 고환을 제거하기 전 받아둔 정자로 아들을 얻기도 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