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productivity)은 중요한 개념이다. "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유일한 요인"(폴 크루그먼.미 프린스턴대 교수)이라는 말까지 있다. 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도 생산성 향상에 힘입은 것이다. 한국의 생산성 수준은 아직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7월 둘째주를 '생산성 주간'으로 정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영생산성' 운동에 대해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 참석자 > 송자 < 대교 회장 > 이희범 <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 김칠두 < 산업자원부 차관보 > 조영환 < LG마이크론 사장 > 이관석 < 홍익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사회 : 정규재 < 한경 논설위원 > -------------------------------------------------------------- ▲ 사회 =캠페인 주간까지 만들어야 할 정도로 생산성 향상이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 이희범 회장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 바로 생산성입니다. 우리 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157, 미국은 214나 됩니다. 이런 실정에서 전통적인 생산성 개념에 매달려 그것도 기업들이 알아서 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세계적 추세인 경영생산성 개념을 도입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보급 운동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 사회 =경영생산성이라면 아직은 생소한 용어인데요.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요? ▲ 이 회장 =지식과 정보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새로운 투입요소가 됐고 지식자본 가치나 고객만족수준 등도 산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지식자본의 축적에 의한 지식생산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경영생산성이란 개념이 나온 것이죠. ▲ 조영환 사장 =기업에서는 경영생산성을 경쟁력이란 말과 동의어로 봅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성과를 경영생산성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이관석 교수 =예전엔 소위 굴뚝산업에서의 생산성만을 얘기했습니다. 아무래도 공장 중심, 생산부서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경제 위기 이후에는 기업 전체가 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품 하나, 라인 하나의 산출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아웃풋이 중요해진 것이지요.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경영생산성입니다. ▲ 사회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 전체의 경영생산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송자 회장 =관심은 많이 높아졌습니다. 97년 경제위기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철강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경쟁력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기업들이 그 때 충격을 받아 열심히 해왔고 그 결과 예전보다는 분명히 나아졌습니다. 초기엔 원가 절감 등에만 매달렸는데 이제는 세계화 고객만족 노사관계 등에 두루 신경을 씁니다. ▲ 사회 =경영생산성이 아직 눈에 띄게 높아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 이 교수 =속을 보면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인원을 줄였으니 생산성 수치가 좋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상당수 업체들이 근본적인 혁신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GE나 IBM 등 미국 회사들이 초일류기업으로 앞서가고 있는 건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 사회 =미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지요? ▲ 김칠두 차관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미국의 75% 수준입니다. 생산성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전에 시장이 넓을 때는 많이 만들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기법과 경영노하우를 포함한 총요소 생산성을 높여야만 합니다. ▲ 사회 =혹시 기업 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문제 아닐까요? ▲ 김 차관보 =꼭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작년에 경제여건이 어려웠을 때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그 전해에 비해 40∼50%나 늘었습니다. 반면 국내 상장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많이 줄었지요. 같은 환경인데도 경영과 노하우의 차이가 분명히 난다는 얘기지요. ▲ 사회 =경영혁신활동은 그래도 기업들이 가장 열심히 하는 편 아닙니까? ▲ 송 회장 =경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분위기입니다. 다 같이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기업의 비전에 사업보국 기술혁신 등 막연한 얘기를 넣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고객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더 많이 투자해 더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고요. 이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잡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조 사장 =예전에는 감(感)으로,즉 분석이나 평가 없이 느낌을 갖고 경영을 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환경이 엄청나게 바뀐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목표 제시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종업원들이 가능성을 보고 자신을 던지게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기업 내부에 공통언어가 생기고 종업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사회 =최근 경영 혁신의 대표 사례는 한국 축구팀 아니겠습니까?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의 '생산성'을 높인 비결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송 회장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중소기업 5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공적인 CEO에겐 공통되는 특징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때는 권위적으로, 즉 아주 단호하게 자신이 결정한답니다. 반면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종업원의 자발적인 약속을 받아내 민주적으로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히딩크가 바로 그런 식으로 한 것이죠. ▲ 이 회장 =그런 히딩크 방식이 바로 경영생산성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국민들이 모두 중계를 보고 응원을 하면서 지켜 봤기 때문에 전파력이 높은 것이지요. 성공사례들을 많이 발굴해 기업들에 보급하는 노력이 그만큼 절실합니다. 생산성주간을 만든 목표가 바로 그것입니다. ▲ 사회 =나라 전체의 경영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학.관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과제를 짚어주시죠. ▲ 김 차관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적으론 개별 기업들의 과제입니다. 정부는 기업의 이런 생산성 제고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회사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비스 준조세 공업입지 환경 등을 중심으로 민.관 합동 기업규제실태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입니다. 창업에서 퇴출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애로를 찾는 작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 송 회장 =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첩경은 사내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LG 등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고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교수 =새로운 기법을 어떻게 개발하고 전파할 것이냐가 학계의 과제입니다. 사례 연구를 많이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 기업의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외국 케이스는 막상 적용해 보면 잘 들어맞지 않지요. ▲ 조 사장 =기업들은 전문화 집중화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생산성은 거기서 나옵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만약 교육을 안하고 사람을 바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생산성이 높겠습니까? 입사후 1,2년은 일을 제대로 못시키고 교육만 합니다. ▲ 이 회장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대대적인 생산성 향상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생산성 향상 운동이 전국민적 운동으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리=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