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오는 9∼10월 열리는 제16기 전국대표대회(제16기 당대회)에서 평화적 권력 교체를 이룩할지 아니면 장쩌민(江澤民.76)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 체제를 앞으로 5년간 더 지속할지 여부가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 판에 따르면, 공산당 권력 승계문제를 두고 아직 당 지도부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이달 말 당 지도부가 하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휴가를 겸한 내부회의를 통해 막판 조정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당초 장 주석이 모든 권력을 차세대 주자인 후진타오(胡錦濤.59) 국가 부주석에게 승계할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최근 들어 장 주석의 권력 유임설이 나돌면서 권력승계 문제는 한치 앞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장 주석 유임설 배경으로는 ▲중국 공산당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사례가 드물고 ▲인민해방군 장성들과 지방 당위원회 지도자들이 장 주석의 유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 주석 측근들이 지난 3월 해방군 장군들과 성(省) 지도자들에게 장 주석의 유임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장 주석 유임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설이 나돌면서 후 부주석의 정치적 앞날에 암운이 드리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올 정도였다. 사실 중국 역사에는 전임자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됐다가 정치적 불운을 겪은 사례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장 주석이 후 부주석에게 권력을 승계하지 않고 유임하는 데도 많은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우선 후 부주석은 지도부 진입을 오랫동안 갈망해온 당과 국무원의 50∼60대 기술관료층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장 주석은 이미 1980년대에 지도층 보직 취임시 연령 상한선을 70세로 정했다. 장 주석은 1997년 제15기 당대회에서 이러한 비공식 원칙을 적용해 당시 라이벌들을 밀어내고 권좌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러한 신사협정을 내팽개치기가 명분상 쉽지 않다. 따라서 장 주석이 권력에 계속 욕심을 낸다면 우선 젊은 당원들과 일반 대중의 반발을 불러오고, 이것이 당 내부 갈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당 기관지의 한 편집인이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정책이 사전조율되는 베이다이허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장 주석측과 후 부주석측간에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후 부주석이 올 가을 제16기 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직을 승계받고 이어 내년 봄 국가 주석을 물려받는 대신 장 주석은 막강한 중앙당 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군사위 주석직만으로 중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던 예에서 보듯 군사위 주석직은 당과 대외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직중의 요직이다. 장 주석에게 이러한 영향력을 남겨주고 후 부주석은 당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차지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중국의 대외개방 의무 준수 등 경제문제와 실업 및 사회 불안 해소에 적극 대처한다는 시나리오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