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6:35
수정2006.04.02 16:38
환율이 18개월 보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달러화 약세의 바람이 강도를 더해갔다. 유로/달러는 1달러 수준에 근접했으며 달러/엔 환율은 120엔 지지를 시험받았다.
주가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했음에도 달러/엔 환율 외의 변수는 부각되지 못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직간접 개입도 약효가 신통찮음을 확인했으며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월말 네고물량의 공급이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 흐름을 제어할 만한 요인은 실종됐다. 미국발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당장 목요일 1,200원 지지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9.80원 내린 1,203.9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2월 14일 1,202.00원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월중 최고치인 1,236.10원까지 반등 조정을 보인 이래 8거래일동안 무려 32.20원이 하락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212.40원, 저점은 지난 2000년 12월 19일 장중 1,201.0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1,202.60원을 기록했다. 하루변동폭은 9.80원을 가리켰다.
이날 일본 외환당국의 직간접 개입이 있었음에도 달러/엔은 일시적인 반등 외에 무기력하게 하락했다. 또 재정경제부도 권태신 국제금융국장 실명으로 "급격한 환율하락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다각적인 조치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에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
◆ 1,200원 지지력 테스트 = 시장은 일단 목요일 1,200원을 하향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급 불균형을 잡아줄 만한 매수세는 취약하며 달러화 약세의 진전 정도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120엔 붕괴 여부가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또 나스닥 선물이나 미국 증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월드컴 문제→뉴욕 증시 폭락→달러화 약세→국내 주식·외환시장 등으로 파장이 이어졌다"며 "달러/엔이 BOJ 개입 효력도 없이 내리자 장 후반 '팔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시장을 지배했으며 달러되팔기(롱스탑)이 낙폭을 크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가운데 1,200원 붕괴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며 내일 주거래범위는 1,200∼1,205원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개입도 더 이상 말로는 먹히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실질적인 달러매수 개입이 나와줘야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뉴욕 증시가 무너지고 나스닥선물이 크게 빠지면서 환율 하락폭이 커졌다"며 "달러/엔이 밤새 뉴욕 증시와 연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방향도 아래쪽인 데다 월말 네고를 감안하면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며 "기본적인 월말 네고물량을 고려하면 내일이나 모레쯤 1,200원에 대해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러화 약세 심화 =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진전되고 있다. 특히 G8 정상회담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중인 부시대통령이 이날 "환율은 시장세력과 경제여건에 의해 결정된다"며 "달러화가 시장의 힘에 의해 적정 환율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고 언급, 달러화 매도를 부추겼다.
뉴욕 증시의 추락과 상호 인과관계를 맺으며 달러화는 약세골을 깊게 하고 있다. 전날 뉴욕에서 뉴욕 증시 하락을 반영, 121.32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일본 정부의 직간접 개입에도 불구, 120엔대를 위협했다.
달러/엔은 오전중 120엔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가 오후장에서 일본은행(BOJ)의 직접적인 조치로 121.35엔까지 급반등했으나 달러화 약세 기조와 고점매도 물량에 되밀렸으며 오후 4시 58분 현재 120.28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이날 1,000원대를 회복했다.
유로/달러는 0.99달러대로 올라 곧 '1유로=1달러'시대가 개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틀째 주식순매수에 나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69억원, 33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으나 환율과는 무관했다.
주가는 전날보다 54.05포인트, 7.15% 급락하며 701.87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최저치는 물론 지난해 12월 28일 693.70 이래 최저치를 가리켰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60원 낮은 1,212.10원에 개장한 환율은 개장직후 1,210.40원까지 밀린 뒤 달러/엔 반등으로 9시 34분경 이날 고점인 1,212.40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매물부담과 달러/엔 반락 등으로 환율은 10시 25분경 1,209.60원까지 되밀린 뒤 1,210원을 축으로 위아래 소폭 횡보한 끝에 1,209.9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09.7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차츰 레벨을 낮춰 1시 54분경 1,207.20원까지 흐른 뒤 BOJ의 직개입을 반영, 1시 56분경 1,209.90원까지 튀어올랐다.
그러나 환율은 달러되팔기(롱스탑) 등으로 차츰 낙폭을 확대, 3시 55분경 이날 저점인 1,202.60원까지 미끄러진 뒤 재경부 구두개입으로 1,203원선으로 미미하게 반등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6,7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5,53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4,130만달러, 5억5,380만달러가 거래됐다. 27일 기준환율은 1,208.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