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는 사상 최대의 '이변 월드컵'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전세계 축구팬들은 쏟아지는 이변에 환호하고 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변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개막전.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전대회 우승국인 프랑스가 세네갈의 '검은 돌풍'에 무릎을 꿇었다. FIFA 랭킹 2위 아르헨티나,5위 포르투갈 등도 줄줄이 예선 탈락했다. 이변의 중심에는 한국이 있었다. 한국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의 강호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4강 고지를 점령,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변을 연출했다. 21세기 첫 월드컵인 이번 대회의 '3대 이변'을 정리한다. ◆축구변방 대약진=축구의 중심 무대는 전통적으로 유럽과 남미.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는 상대적으로 '변방'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아시아의 한국,아프리카의 세네갈,북미의 미국 등이 돌풍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하자 세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중심-변방'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 목표였던 한국은 유럽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연달아 무너뜨리며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는 72년간의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변.월드컵에 첫 출전한 세네갈은 프랑스를 꺾은 데 이어 8강까지 진출,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의 축구변방 터키의 4강 진출이나 미국의 8강 진출도 만만치 않은 이변의 역사로 기록됐다. ◆우승 후보 줄줄이 탈락=약체로 평가되던 팀들의 대약진은 우승 후보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는 예선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으며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포르투갈 역시 돌풍의 주역인 한국에 패해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탈리아는 16강전에서,스페인은 8강전에서 각각 한국의 제물이 됐다. ◆대스타들의 부진=이번 월드컵에선 수천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대스타들이 팀의 몰락과 함께 '종이 호랑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한국과의 평가전 때 입은 부상으로 월드컵예선 1,2차전에서 벤치 신세를 졌다. 덴마크와의 마지막 3차전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장,막판 투혼을 발휘했지만 무너져가는 '프랑스호'를 살리지는 못했다. 이탈리아 1부리그 득점왕 다비드 트레제게,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티에리 앙리도 이름값을 못하고 짐을 쌌다. 이번 대회를 위해 나이지리아에서 폴란드로 귀화한 올리사데베는 한국 및 포르투갈전에서 상대 수비수에 묶여 침묵했으며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도 이름값을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