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진 후 남성들의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일본 언론인 니시무라 아키라 등이 쓴 '여자의 지갑을 열게 하라'(신혜영 옮김, 청년정신, 9천원)는 여성들이 돈을 썼다고 말한다. 접대 수요가 줄어들어 술집은 썰렁해졌지만 여성 고급의류는 불티나게 팔렸다는 주장이다. 최고급 브랜드 '에르메스' 일본 매장은 최근 5년간 매출이 세 배 늘었다. 오늘날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는 여자가 결정한다. 산케이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상품 주택 등을 선택할 때 주부의 의견이 70% 이상 반영되고 있다. 주부들은 백화점에 가서 딸을 위해 10대 전용 화장품을 산다. 놀이방이 딸려 있는 술집에 가서 아이를 맡겨 놓은 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신다. 모자관람실이 있는 공연장에 가서 마음놓고 함께 연극을 본다. 아마도 놀이방이 딸려 있는 미용실이 있다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주부들은 퍼머를 하고 싶어도 아이를 서너 시간씩 혼자 둘 수 없어 포기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지갑을…'는 30대부터 50대까지 여성의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살핀 책이다. 일본 현실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라 한국에 적용하긴 다소 무리가 있으나 참고할 만한 부분도 많다. 해방 전후 태어난 여자들이 딸을 낳아 이제는 모녀가 함께 쇼핑을 다닌다든지 30대 독신여성이 부모 집에 얹혀살며 월급을 다 써버리는 현실이 그것이다. 저자는 구매력 있는 상황을 짚어내며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라고 권고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