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57
수정2006.04.02 16:01
이탈리아와의 월드컵16강전 연장후반 11분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뽑은 안정환(페루자)은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감각적인 슈팅이 특기인 대표팀내 유일한 빅리거다.
안정환은 이날 경기 전반 3분만에 얻은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실축해 경기 흐름을 불리하게 몰고간 자신의 원죄를 유감없이 갚아버리는 결승골을 성공시킨 후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안정환은 지난 10일 조별리그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패색이 짙던 후반 33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자신의 결혼반지에 입맞춤하는 골세리머니를 보여주며 '반지의 제왕'이라는 애칭을 확인시킨 국민적 영웅.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졌던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2골을 넣으며 강력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긴 머리를 날리며 탁월한 볼 키핑력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다 큰 제스처와 함께 강슛을 날린 뒤 골을 넣고는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안정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타고난 개인기를 앞세워 펼치는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오른발을 떠난 볼이 네트를 세차게 흔들 때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그라운드가 가득 찼다.
90년대 후반 한국축구에 대대적인 오빠부대가 형성된 것도 안정환의 영향이었다.
이번 월드컵 들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 안정환에 대해 한국대표팀 히딩크 감독은 "그를 단련시키기 위해 일부러 무시했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생긴 선진축구의 생존법과 대표팀에서조차 주전을 꿰차지 못한 데서 나타난 위기감은 안정환을 확 바꿔놓았다.
공을 잡는 순간부터 마지막 슈팅까지 혼자서 하려는 개인주의도 많이 개선돼 옆으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슛동작도 불필요함을 없애 훨씬 간결해졌다.
프로축구에 뛰어 든 98년 '베스트11'에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프로축구선수로서 최고영예인 MVP가 됐다.
2000년 7월에는 부산 아이콘스에서 이탈리아 페루자로 임대돼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마침내 이뤘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