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은 마침내 해냈다. 온국민이 그토록 열망하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 험난하고 높은 고지엔 태극기가 힘차게 나부끼기 시작했다. 월드컵 본선진출 반세기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대표팀은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맞아 1-0으로 승리,환희의 승전고를 울렸다.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함께 16강행 티켓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한국선수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은 승리의 감격으로 돌아왔고,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은 무너져 내렸다. 전국은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붉은 함성'이 메아리쳤던 서울 시청앞 광장 등은 축제의 장이 됐다. 한국은 오는 18일 이탈리아와 8강 진출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같은 시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는 미국이 폴란드에 3-1로 패했으나 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확보했다. 한국대표팀은 이날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포진한 포르투갈을 완전히 압도했다. 강인한 정신력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대표팀에 포르투갈은 더이상 FIFA 랭킹 5위의 강호가 아니었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에겐 전국에 붉은 물결을 휘몰아치게 한 4천7백만 국민의 함성에 보답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등 공격진은 시종일관 포르투갈의 골문을 두드리며 굵은 땀방울을 비오듯 흘렸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는 송종국 김남일 등 한국 수비진 앞에서 그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포르투갈은 태극전사들의 패기에 밀려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전.후반 각각 한명씩 퇴장당했다. 포르투갈보다 2명 더많은 선수가 뛰는 절대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고 박지성은 마침내 16강행을 확정짓는 그림같은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이것으로 한국은 반세기동안 열망했던 월드컵 16강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튀니지를 2-0으로 완파하고 H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H조 꼴찌인 튀니지를 맞아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완승했다. 16강전에서 비교적 약체인 터키와 경기를 하게 돼 8강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3-0으로 끌려다니다 후반 38분 한골을 넣어 '0'패를 모면했다. 미국은 1승1무1패로 승점 4점을 기록, 승점 3점을 얻은 포르투갈을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