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이 중반으로 치닫는 있는 가운데 스포츠만이 만들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이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 예선리그 A조에 속했던 FIFA(세계축구연맹) 랭킹 1위 프랑스가 조별 상위 2개팀이 올라가는 결선리그에 오르지 못하고 가장 먼저 탈락하는가 하면 이튿날 "죽음의 F조"에선 랭킹 2위 아르헨티나마저 탈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반면 13일 벌어진 경기에서 승패,골득실,다득점까지 가는 "경우의 수"를 따져 조2위 자리를 쟁취한 이탈리아,터키는 16강을 바라는 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대회 초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탈리아는 멕시코와의 예선3차전에서 후반 가까스로 비기며 기적처럼 살아남아 오히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G조 최강으로 거론됐지만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역전패하고 마지막 경기를 멕시코와 치르게 되면서 프랑스,아르헨티나에 이어 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여겨졌다. 조2위 자리를 다퉜던 크로아티아는 G조 최약체 에콰도르와 겨루게 돼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13일 오후 8시30분에 시작된 마지막 경기의 전반전이 끝날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암울했다. 전반 38분 멕시코에 일격을 당해 선취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에콰도르와 0-0으로 무승부. 이때까지만해도 이탈리아는 예선탈락이 기정사실화됐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이탈리아를 버리지 않았다. 후반 3분 요코하마에서 에콰도르의 득점 소식이 들렸다. 크로아티아에 1-0으로 앞선것. 그러나 멕시코에 여전히 뒤지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이탈리아는 후반 40분 동점골을 성공시켜 마지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에앞서 이날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 터키도 수원에서 브라질과 경기를 치른 코스타리카와 "보이지 않는"경쟁을 해야 했다. 코스타리카가 1승1무에 골득실차 +2를 갖고 있었던 반면 터키는 1무1패에 -1의 득실차를 보여 코스타리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터키는 전반 10분도 안돼 두골을 넣어 결국 3-0으로 경기를 마친 반면 코스타리카는 브라질에 2-5로 패해 최후의 미소는 터키가 지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